[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핵심인 ‘1조원 명단’을 두고 서울시와 시민사회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13일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발표하면서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은 결국 이렇게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해갔다”고 발언했다.
오 시장은 당시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대상으로 ‘특정 시민단체’를 지목했고, 이후 주거복지·청년·노동·사회주택·태양광·주민자치·도시재생 등 시민단체에 민간위탁과 민간보조가 이뤄진 분야에 대한 특정감사와 예산 삭감, 사업 축소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일명 '1조원 명단'이라고 불리는, 지난 10년간 민간위탁금, 민간보조금 명단에 언론·교육기관·직능단체·소비자단체·공동주택 등도 모두 포함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시민단체로 보기 힘든 민간위탁·민간보조 사업까지 포함해 액수가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5일 더불어민주당 이경선 시의원(성북4)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명단을 살펴보면 우선, 10년간 민간위탁금 지원현황에 에너지관리공단, 연세대학교, 서울산업진흥원,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테크노파크 등이 다수 등장한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운영, 서울시청년허브 운영,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육성,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장안평 도시재생 등으로 민간위탁을 수행해 서울시로부터 해당 해에 적게는 3억1500만원, 많게는 80억3000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보조금 지원현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방학우성2차아파트, 이브자리, CJ CGV, 우리은행, 북서울교회, 고려대학교, 숙명여대, 대한치매예방협회, 한국공공사회학회, 경향신문사, 조선일보, KBS, 연합뉴스, 월드비전 등의 이름이 등장한다.
시민단체들은 명단이 집행액이 아닌 예산액 기준으로 작성된 점도 문제삼고 있다. 민간보조금 액수 4304억원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예산액이며, 집행액은 약 3328억원(77%)으로 차이가 난다. 이들은 구체적인 명단 분석을 거쳐 내주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서울시는 불용·절감된 예산까지 포함해 민간보조금에서만 1000억원을 부풀려 억지춘향으로 1조원이라는 허상을 만들었다”며 “오세훈 시장은 언론·교육기관·직능단체·소비자단체·공동주택 등도 모두 시민단체 1조원에 포함한 의도적 왜곡과 허위사실 유포를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명단 작성이나 발표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발표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1조원이 시민단체를 특정하지 않았고, 서울시 바로 세우기가 시민단체 전체가 아닌 일부를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SNS에 글을 올려 “사회나 시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본래적 의미의 시민단체와 구분하기 위해 서울시 위탁업무를 수탁한 단체나 보조금 수령단체라는 표현을 쓰겠다”며 부연한 바 있다.
서울시는 예산액 기준으로 1조원을 추산한 과정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국회·시의회 등 외부에 자료를 제공할 때도 예산액 기준으로 해왔다고 해명했다. 10년간 민간보조금 4304억원, 민간위탁금 5917억원 합쳐 1조221억원을 예산액 기준으로 작성하는데 있어 과정에 문제없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시민단체에 1조를 했다’고 하지 않았는데 거짓이라고 하면 당혹스럽다”며 “종교법인이든 출자출연기관이든 시민사회 분야에 일할 수 있으며, 예산액과 집행액의 차이가 날 수 있고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열고 1조원 지원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