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IPO(기업공개) 광풍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신규 상장한 기업은 102개사로 집계된다. 이미 지난해 신규 상장사인 86개사를 훌쩍 제쳤다. 유망주의 첫돌을 맞아 장밋빛 잔치가 됐을지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가 불거진 1년이 됐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광풍의 결과물이 거품이었는지, 시장 안착에 성공했는지 지난해부터 시작된 IPO 광풍 국면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입성한 유망주를 들여다 보고 회사의 실적과 주가 흐름 등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상장 1년이 지났지만 공모가 대비 사실상 '반토막' 성적표
앱코, 1년래 주가 흐름.
앱코(129890)가 상장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국내 게이밍 기어의 점유율 1위인 절대 강자인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평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앱코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년이 지난 앱코의 종가는 1만3450원으로 여전히 공모가를 50% 가까이 밑돌고 있다. 앱코는 공모가 2만4300원으로 지난해 2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은 시초가(3만150원) 대비 4.15% 내린 2만8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당시 공모가(2만4300원) 보다는 18.93% 오른 수준이었다.
앱코는 상장 이후 일주일 뒤(9일) 3만4800원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하며 61% 가량 하락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에서는 흥행한 반면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앞서 앱코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14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공모가 밴드(2만1400원~2만4300원) 상단에 결정했다. 일반 청약에서는 경쟁률 978대1, 청약증거금으로 5조9588억원이 모으면서 흥행 기대를 키웠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2020년 기준 예상실적 주가수익비율(PER) 16.5배로 동종업체 대비 할인 거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관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주가는 상장 이후 연일 내리막을 탔다. 코로나로 인한 PC방 게이밍 기어의 교체 수요 둔화로 인한 악화된 실적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PC방 수요 회복은 내년부터 본격화…앱코, 탄력적 반등은 내년부터
앱코의 성장성은 올해보다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앱코 실적은 상반기까지 쉬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는 가상 화폐 채굴 수요 증가에 따른 조립 PC시장 위축으로 게이밍기기 등 주변 기기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사업 부문에 걸친 품목 조정 등 재정비 기간을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를 받으며 실적이 고성장 했던 점도 올해 실적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앱코가 출시한 검은사막 게이밍기어. 사진/앱코
올해 회사의 예상 매출액은 전년 보다 16.9% 증가한 1790억원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208억원으로 예상된다. 안 연구원은 “게이밍기어와 소형가전 모두 영업환경은 우호적인 가운데 인기가 좋은 품목 중심으로 판매량을 높이면서 공격적인 신규 제품 확장은 지양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내실을 다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코로나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PC방 교체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앱코의 게이밍 기어는 PC방 중심으로 판매됐으나,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교체 및 신규 수요가 막힌 상황이다. PC방을 가지 못하는 유저들은 집에서 게임을 즐기기 위해 일부 제품을 구매하고는 있지만, PC방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어 회사의 성장을 위해 PC방 교체 수요 회복은 필수적이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도 “백신 보급에 따라 PC 방 이용률도 정상화되면서 지연된 교체 수요와 재오픈 예정인 PC 방으로부터 게이밍 기어에 대한 수요가 기대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회사 측은 흥행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게이밍 기어 출시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앱코 관계자는 “게임 ‘검은사막’ 공식 라이선스 게이밍 기어 제품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 판매에 나서고 있다”면서 “네이버쇼핑, 옥션, 지마켓, 11번가 등 국내 오픈마켓 전체 입점은 물론 해외 B2B(기업간거래) 판매 확대로 판로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이후 기존의 국내 게이밍기어 주요 매출처인 PC방이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가상화폐 채굴로 인한 그래픽 처리장치(GPU) 가격 폭등 사태가 맞물렸다”며 “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단기간 내 업황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지만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PC방 업황도 정상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앱코는 국내 1 위 게이밍기어 전문업체로 키보드, 헤드셋과 마우스를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작년 기준 국내 게이밍 시장 점유율은 키보드 49%, 헤드셋 51%, 마우스 32%를 기록했다. 회사의 게이밍 기어의 성능과 가격경쟁력이 높은 편이며, 국내 A/S(애프터서비스) 에 강점을 두고 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