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연말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을 통한 노동자 처우 개선, 표준계약서 등 사회적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원청의 이윤만 추구한다는 주장이다.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연말연시에 노조의 총파업으로 택배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는 "전국 87개 지회장이 참석하는 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CJ대한통운의 탐욕에 맞선 전면 총파업 돌입을 위해 조합원 찬반투표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택배 노동자들의 목숨값으로 자신의 배만 불리는 CJ대한통운과 강신호 대표의 퇴진을 위해 28일부터 전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문에서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등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택배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인상분 대부분을 회사의 이윤으로 취득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택배요금 170원 인상과, 내년 1월1일 적용되는 인상분 100원, 총 270원 중 CJ대한통운이 분류비용 및 고용·산재보험료로 76원만 책정, 나머지 약 200원은 원청의 이윤이 된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의 연간 택배 물량으로 추산하면 택배요금 인상에 따른 원청의 초과이윤은 약 3500억원에 달한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음에도, 사측이 '당일 배송', '주 6일제', '상품 무조건 배송' 등이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끼워 넣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문에는 사업자와 영업점이 계약 외 업무수행·비용부담 강요, 과중한 위약금 부과 등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기로 명시돼 있다.
20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사진/심수진 기자
노조측은 "당일 배송,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규정 등은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로 이어지고, 택배 노동자의 개선 요청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며 "롯데, 한진, 로젠 등 민간 택배사는 국토부에서 만든 표준계약서 원안을 그대로 제출했지만 CJ대한통운만 생활물류법에 전면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 밖에도 CJ대한통운의 저상탑차 문제 해결 외면, 노조 교섭요구 거부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노조가 실시한 총파업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86%, 비조합원은 74%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조는 이날 대표자회의에 따라 오는 23일 전면 총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28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전체 조합원 2700여명 중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 1650여명이 파업에 돌입한다.
CJ대한통운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회사는 내년 1월 사회적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총파업을 결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