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시행 중인 생활임금제가 초기 도입 당시의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지만 산정방식을 변경하고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활임금은 최저임금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2015년 도입됐다.
생활임금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세운 달성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당시 노동계에서 주장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더뎌지면서 생활임금 1만원대를 달성해 민간부문으로 확산을 꾀했다. 이는 매년 꾸준한 상승으로 2019년 생활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대 진입을 달성했다.
또 빈곤기준선 6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거의 도달했다. 생활임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최초 빈곤기준선 50%에서 출발해 점차 향상해 2021년 59.5%로 당초 목표치였던 60%에 근접했다.
생활임금이 도입 당시 목표를 상당수준 달성하면서 인상 동력도 떨어진 상태다. 내년 서울시 생활임금은 1만766원으로 올해 대비 0.6%, 시간당 금액으로는 64원이 오르는데 그쳤다.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 결과, 올해 경기·부산·광주 등에 처음으로 역전을 당해 17개 광역지자체 중 7위에 그쳤다. 서울시는 가장 비싼 물가와 생활비, 부동산 가격 등을 이유로 도입 이래 줄곧 광역 1위를 지켜왔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광역지자체들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저임금과의 격차를 줄이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재정상황을 낮은 인상폭의 원인으로 꼽은 반면, 경기도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근로자들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고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유효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노·사·정 이해충돌로 경제여건을 반영하는데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생활임금으로 지역경제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서울시 생활임금은 대체로 최저임금의 인상률을 따르고 있지만, 급격한 인상률 변동의 충격을 줄여왔다. 2017년처럼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하락하면 보완하기 위해 생활임금의 인상률을 높였고, 반대로 2018년처럼 최저임금 인상률이 크면 생활임금 인상률은 이보다 다소 낮춰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감안했다.
최저임금이 약 20%의 영향률을 보이는 반면, 서울시 생활임금 적용자는 2만2111명으로 0.48%에 그친다. 서울시 생활임금의 영향률도 적어도 1% 수준까지는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현재 민간위탁과 공공일자리는 시비 100% 사업에만 적용되고, 국·시비 매칭 사업 대상자, 용역 계약 전체는 제외된다.
도입 초기와는 상황이 달라진만큼 산정방식 변경도 필요하다. 가계지출액을 중위수 추정치 대신 평균값을 활용해 현실화하거나 유명무실해진 빈곤기준선은 중위수 50%로 조정하거나 아예 제외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같은 경기침체기에는 경제성장률을 한시적으로 반영 가능하다.
김진하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생활임금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수준과 저임금 노동시장 개선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영향률의 제고가 필요하다”며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으로 나눠 확산 가능 범위를 검토하고 단계별로 추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