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마흔이 넘기 전에 한번 지르자는 심정으로 노원구에 30년 넘은 아파트를 영끌해서 매매했는데, 지금 나오는 뉴스들을 보고 너무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 은행 대출은 물론 맞벌이 아내까지 마이너스 통장에 신용 대출까지 했는데, 상투를 잡은 것이 아닌지. 집값이 떨어져도 팔지 않고 살면 그만이겠지만, 대출 이자까지 오를 수 있어 결국 집까지 내놓야야 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 (노원구 거주 39세)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세 전망이 짙어지면서 2030세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았다는 신조어)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이 높은데 집값 하락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집값이 일시적 조정을 넘어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접어들 경우 이들이 가장 먼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가격은 고가 주택부터 먼저 오르고 중저가 주택이 키맞추기 하며 오르게 된다. 아울러 하락장에서는 중저가 주택이 먼저 하락하고 대장주 주택은 나중에 하락하는 사이클을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2030세대의 경기도 아파트 매매건수는 5만9912건으로 전체 경기도 매매건수(16만5150건)의 36.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10월까지 2030세대의 경기도 아파트 매매건수는 2만8288건으로 전체 매매건수(9만8348건) 28.8%를 차지했다.
문제는 2030세대가 영끌에 나선 경기도 지역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기준 경기 주간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7%를 기록해 전주보다 상승폭이 0.04%포인트 줄었다. 10월 첫째 주 이후 11주 연속 상승폭이 줄고 있다. 특히 동두천과 화성은 2주 연속 각각 0.03%, 0.02% 하락을 기록한 상태고, 의왕은 0.00%를 기록해 상승세가 멈췄다.
영끌족이 매수에 나선 서울 외곽지역도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기준 은평구 주간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3%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여기에 금천구와 관악구도 상승률이 0.00%로 멈춰선 상태이고, 성북구 0.02%, 강북구 0.02%, 도봉구 0.03%, 노원구 0.05% 등 서울 주요 외곽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이전보다 한풀 꺾인 상태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도 '영끌족'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에서 1%로 인상했다.
특히 한국은행 금통위는 내년 1월14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3월 첫 금리인상에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최대 4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 때문에 각종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로라면 다시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한계 차주들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고, 경매 낙찰가율이 예전처럼 70%가 안 되는 상황이 될 것”, “다주택자들 내년 더 떨어질 거 알고, 급매로라도 올해 팔려 하고 있다. 내년 4~6월에 6월 종부세 때문에 초급매가 극에 달할 것이다”라며 집값 하락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도 당분간은 부동산 시장 하락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아파트 가격이 조정 받고 있어 상승폭이 줄고 있고, 앞으로도 가격 상승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외곽지역은 본격적으로 가격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