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문재인 정부의 5년은 부동산으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났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노력했고, 그만큼 부동산 정책 부작용에 시달린 정부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만큼은 꼭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결국 지난 5년간 부동산 시장은 급등했고,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서민들의 분노는 아파트 가격과 정비례하며 상승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총 27번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부작용이 발생하며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정권 출범 이후 첫 부동산 정책인 6.19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을 추가했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늘렸다.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 투기 수요 차단에 집중했다.
이후 이어진 8.2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보다 강력한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재개발 분양권 전매제한,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 재건축 등 재당첨 제한 강화 등 정비사업에도 규제 정책을 확대했다. 여기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인별에서 세대별로 중도금 대출 요건도 강화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초반 부동산 정책은 대부분 규제에 집중됐다. 투기 세력이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규제 지역을 강화했고, 세금도 강화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책 효과보다는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 및 부작용이 먼저 발생했다. 투기 지역 확대는 풍선효과를 일으켜 그 주변 지역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고,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먼저 정부가 서울지역 재건축 시장을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으로 인식해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장 규제에 집중했지만, 이는 결국 풍선효과를 일으켰다. 주요 재건축 사업이 강남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투기 수요는 강남을 벗어나 강북으로 확대됐고, 서울의 끝자락인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까지 집값 상승 여파를 겪어야 했다. 특히 노도강으로 불리는 이곳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높게 집값이 오른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첫째주 88.8을 기록한 전국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해 12월 셋째주 기준 106.1을 기록해 19.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도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87.9에서 104.2를 기록해 18.5% 올랐다. 특히 노원구도 같은 기간 89.0에서 105.8을 기록해 18.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출 규제 정책도 부작용을 일으켰다. 정부는 투기 세력 차단을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이로 인해 정작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발까지 묶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당장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해 급등하는 집값 상승을 손 놓고 바라만보는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현금 부자만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 인사가 현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혀 실수요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행히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대부분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거래 실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9일 기준 올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건수는 4만2770건을 기록했다. 이는 8만3765건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8.9% 하락한 수치다. 부동산 수요 심리가 하락과 집주인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거래가 사라진 것이다.
여기에 강력한 세금 규제 등으로 쉽게 이사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취득세부터 보유세는 물론 여전히 양도세까지 내야 되는 상황이다. 세율 인상은 물론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점에서 지불해야 하는 세금 자체가 크게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세금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취득세부터 보유세, 양도세 등 모든 세금이 크게 오른 상태다. 자유로운 이사가 가능해야 말 그대로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것인데, 지금은 세금 때문에 1주택자도 마음대로 이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거래가 살아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관련 모든 세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