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수 증권부 기자
카카오의 차기 최고경영자(CEO)가 공동대표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사퇴하는 일이 생겼다. 카카오페이 상장 한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사익을 편취하면서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행사부터 자진 사퇴까지 약 한달, 카카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전날(12만2500원)과 대비해 주가는 22.9% 급락했다. 금융주들이 주식시장 약세장에서도 높은 방어력을 보인 것과 달리, 카카오뱅크는 하락길을 걸었다. 결국 KB금융지주에게 금융 대장주 자리를 내주며 희비가 갈렸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임원이나 오너의 비도덕적인 행동에 눈감지 않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 불법 행위뿐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 회사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일에 대해서도 말이다.
류 대표의 '스톡옵션 먹튀' 사건은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지만 도덕적 해이 이슈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적으로 재직 2년된 직원이라면 스톡옵션 행사 시기에 대한 제한은 없다.
다만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한 회사의 대표가, 상장한 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특히 코스피200 편입으로 인해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을 때 자기 개인의 사익 편취를 위해 스톡옵션을 매각한 행위는 투자자들에겐 일종의 배신감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다. 통상 오너 일가나 임원진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시장에서는 '고점'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는 기업의 신뢰도가 급락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상장 초기에는 특히나 민감하다. 때문에 공모주 배정 때도 최대주주 등은 주식을 의무적으로 1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가 있으며,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 역시 퇴사하지 않는 한 1년간 팔 수 없도록 돼있다. 경영진들이 '솔선수범' 이런 기본률을 어기면서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동안, 류 대표는 5000원짜리 스톡옵션을 23만원에 행사해 400억여원의 차익을 얻었다.
류 대표가 사퇴했다고 해서 끝난 일은 아니다. 아직 투자자들이 이겼다고도 할 수 없다. 여전히 그는 카카오페이 CEO며, 팔아치운 주식을 다시 사들이지도 않았으며,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이 48만주나 남아있다.
카카오 측은 현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내부 논의를 거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겐 미래 사업과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성장성 밝은 기업이라도 자본시장에서 주주와의 신뢰를 잃은 기업에겐 미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