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재무직원 한 명이 20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려 주식투자를 한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상장기업의 내부 회계·감사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태는 비단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닌 한국기업 전체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불을 지폈다.
오스템임플란트(048260)는 코스닥 시가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사로 코스닥150에 포함된 우량주다. 충분히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췄을 것이라 예상되는 기업에서 횡령 사태가 벌어진 만큼 충격이 더 컸다.
초대형 스캔들이 터지자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을 위한 땜질에 들어갔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불공정거래 혐의와 거래내역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상장기업의 횡령 사건은 비단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상장사 최고경영자(CEO)의 자금 횡령과 임원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죄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의 횡령·배임 문제가 발생해 공시한 기업은 1개사로 오스템임플란트다. 지난 3일 최초 공시한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발생금액은 1880억원, 이후 일주일 만에 금액은 2215억원으로 335억원이 더 늘어났다. 이는 회사의 자기자본 보다 높은 108.18% 수준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35억원을 반환 받아 최종 피해 발생액은 1880억원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상장기업의 횡령과 배임 사건을 놓고 보면 작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2개, 코스닥에선 26개가 발생했다. 2020년에는 유가와 코스닥에서 각각 9건, 45건의 사고가 났다. 사건의 사실여부 확인, 진행 상황 등을 알린 곳까지 합치면 국내 상장 기업의 횡령 관련 공시는 더 늘어난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작은 코스닥 시장에서 횡령·배임 사고 발생이 다수로 집계됐으며 관리종목,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 가치에 비해 한국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상을 일컫는데,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뿐 다른 기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가 유독 횡령 금액이 큰 사건이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국내 상장기업의 횡령·배임 사건은 지속적으로 한국 시장을 짓누르는 불안 요인이었다”면서 “오스템임플란트가 코리아, 그중에서도 코스닥의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외국인들의 수급은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2주간에 걸쳐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958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1906억원)을 제외하고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기타법인까지도 코스닥 시장을 이탈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연구진 몇 명의 실적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널뛰기하는 제약·바이오의 경우 이번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을 계기로 내부통제 시스템 작동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횡령·배임 문제는 유가증권시장 보단 코스닥에서 발생 건수가 많고, 현재와 같은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외국인들이 코스닥 시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작년에만
한국항공우주(047810),
SK네트웍스(001740),
아시아나항공(020560),
한국특강(007280), #케이티,
한일홀딩스(003300) 등 다수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케이티는 두달 전 ”전현직 임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검검찰청의 공소제기 사실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혐의 발생금액은 4억원이다. 회사 측은 전직 대관담당 임원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죄로 불구속기소하고, 전현직 임원 10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 했다. 한국특강은 전 대표이사인 장 모씨가 업무상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손해액은 4억원 가량이다. SK네특웍스도 27억원 규모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
최근 횡령·배임 공시가 나온 곳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 규모가 가장 컸던 사고는 선종구 전
롯데하이마트(071840) 회장의 횡령·배임이다. 최초 확인된 날짜는 지난 2012년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작년 8월 선 전 대표의 횡령 등 금액은 1766억원으로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자기자본 대비 9.2%에 해당한다. 선 전 대표는 징역 5년, 벌금 300억원으로 판결났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역대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