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기업의 물적분할로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만의 축배에 초대 받지 못한 개인들은 이제 주식시장에 환멸을 느끼고 차라리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적분할 논란의 정점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할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엄청난 자금조달에 성공했으며 기대 만큼의 성적표를 받게 된다면 LG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재계 기업가치 2위에 올라서게 된다.
물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으로 얻게 되는 이득은 모두 지배주주의 몫이다. 반면 알짜회사가 빠진 기업의 가치 하락과 지배사 디스카운트 요인은 나머지 소액주주들이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흥행을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대적 박탈감은 덤이다.
이렇게 빛과 그림자 마냥 상반된 입장차를 만드는 것이 물적분할이다. 문제는 물적분할이 기업들 사이에서 마치 유행인양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세아베스틸도 물적분할을 들고 나왔다. 이들 기업들의 주장은 공통된다. 오히려 분할로 인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적분할을 추진 중인 포스코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세아베스틸의 물적분할 발표 시점도 투자자들을 멘붕(멘탈붕괴·정신적 혼란)으로 만든다. 한참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 같은 처지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의 주가 역시 발표 당일 급락했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지주사 알파벳(Alphabet)은 지배사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상장사다. 구글은 알파벳의 지분을 100% 보유한 비상장기업으로 남아있다. 알파벳이 상장할 때 사업 조직을 모두 자회사로 편입한 것만 봐도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극명히 알 수 있다.
개인투자자 1000만명 시대다.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정책 공약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적분할 때는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 상장하는 것과 관련한 규정을 재정비하겠다고 공약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두 지배주주를 위한 기업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코스피 3000 시대의 주역은 개인 투자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날 때 굳건히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을 떠받치고 밀어 올렸던 이들이다. 기업의 가치 상승은 투자자인 개인, 즉 주주가 함께 가져가야 한다. 기업과 소액주주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비단 정책적인 방향을 넘어 기업도 함께해야 할 몫이다.
신송희 증권부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