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 벌이가 변변치 않은 A씨는 최근 부동산 대출을 받아 고가의 아파트를 마련했다. A씨의 동생인 B씨도 비싼 오피스텔로 거주지를 옮겼다. 알고보니 부친인 C씨가 아파트 취득자금과 오피스텔 전세보증금에 대한 대출이자·원금을 상환한 것으로 과세당국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취득자금 등을 편법 증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 일용직 근로자 D씨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다수의 부동산을 사들이고 명품 쇼핑 등 호화 사치를 누렸다. 큰 씀씀이에 소득이 적었던 D씨를 수상히 여긴 과세당국이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어머니 재력으로 호화 생활을 누려왔다. 특히 어머니가 대출이자까지 대납하고 부동산을 양도하는 등 편법 증여 혐의를 받고 있다.
고액 대출로 부동산을 구매하고 명품 쇼핑 등 사치성 생활을 누린 부유층 자녀인 이른바 '금수저'들이 세무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부모가 대신 대출금을 갚는 등 변칙적 탈루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부모찬스'를 이용하거나 소득을 누락해 부를 축적한 연소자 227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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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본인의 힘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재산을 취득한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상은 '부모찬스'를 이용하거나 소득을 누락해 부를 축적한 연소자 227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주요 사례. 제작/뉴스토마토
조사대상은 본인의 소득은 고스란히 주식·부동산 취득 등 재테크에 투자해 재산을 축적했지만, 실상은 부모가 대출을 상환하고 사치성 소비생활도 부모 카드로 해결한 '금수저 엄카족 41명'이다.
또 본인 명의 신용카드로 호화·사치 생활을 하고 고가 주택을 취득한 연소자 52명도 조사 대상이다. 이들은 자금여력이 부족한 자들로 변칙증여 혐의를 받고 있다.
부담부증여로 물려받은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부모가 대신 상환하고도 근저당권 설정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증여를 은닉한 87명도 조사 대상이다. 이들은 부모자식간 자금 차용 등의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외에도 앱 개발 등 신종 호황업종을 운영하며 관련 소득 신고를 누락하고 주식 및 부동산을 사들이거나, 미성년 자녀에게 변칙 증여한 47명도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사 대상은 모두 10~30대 연소자다. 가장 어린 사람은 17세, 최고령자는 38세다.
국세청은 재산 취득 과정에서 생긴 채무를 본인 자력으로 상환하는지를 끝까지 확인하는 등 편법증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재현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출의 증감내역과 소득 및 소비패턴에 대한 분석을 강화할 것"이라며 "자력 없는 재산 취득 및 부채상환 행위에 대한 검증 수준을 한층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층 간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게 만드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더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이므로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출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금수저 엄카족 등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 세무조사' 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국세청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