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기차 충전서비스 기업
에스트래픽(234300)이 지난해 5월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1년도 안 돼 최저 조정가액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지속하락하면서 주식전환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활용한 최대주주의 지분확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CB투자자와 발행사 모두가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최저전환가까지 낮아진 CB…에스트래픽,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삼나?
그래픽/뉴스토마토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트래픽이 지난해 5월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CB 전환가액이 최근 4863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초 조정가액의 70%(유·무상증자 감안)까지 떨어진 수치다. 이날 종가기준 에스트래픽의 주가는 4095원으로 전환가액보다 15.79% 낮다.
전환가액이 한도까지 내려가면서 주식전환가능 수량도 크게 늘었다. 최초 해당 CB의 주식전환가능 수량은 256만163주로 전체발행 주식의 10.95%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에스트래픽의 유·무상증자와 전환가액조정으로 전환가능주식은 발행주식총수(2594만8862주)의 15.85%(411만2687주)까지 늘어났다.
앞서 유·무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에스트래픽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발핼주식의 15%를 넘어서는 CB 물량은 최대주주에게도 부담이다. 앞서 에스트래픽은 지난해 말 유·무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문찬종 대표와 이재현 부사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비중이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9.6%의 지분을 보유했던 문대표의 지분은 현재 9%까지 떨어졌으며, 이 부사장의 지분은 9%에서 8.5%로 감소했다. 자사주와 임원 등의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합산지분은 23.9%에서 22.6%로 낮아졌다.
에스트래픽은 CB 발행 당시부터 콜옵션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트래픽의 CB의 경우 조기매수청구권(풋옵션)에 비해 콜옵션의 행사가 훨씬 유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에스트래픽 CB는 표면금리와 만기금리가 모두 0%인 데다, 풋옵션 행사 시 이자 지급 없이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풋옵션과 콜옵션이 동시에 행사될 경우 콜옵션을 우선시한다는 조항도 달렸다. 콜옵션의 프리미엄도 연 단리 1% 수준으로 저렴하다. 또 풋옵션의 경우 사채발행 2년 후부터 3개월마다 청구가 가능하지만, 콜옵션은 발행 1년 뒤부터 매 1개월마다 가능해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낮아진 자본화 가능성…콥옵션, 최대주주 자금 여력이 핵심
주가가 리픽싱 최저한도를 한참 밑돌면서 200억원에 달하는 사채의 주식 전환 가능성은 낮아졌다. 전환가액이 더 낮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낮아질수록 CB 투자자들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0%인 만큼 사채권자의 풋옵션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메리트도 없다.
앞서 에스트래픽이 지난 2018년에 발행한 CB의 경우 전환가액이 이미 최저전환가인 9970원까지 낮아졌으나, 현주가가 전환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자본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사채권자 역시 에스트래픽의 콜옵션 행사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스트래픽 CB 콜옵션의 경우 오는 5월부터 가능하며, 전체규모의 40%(80억원)까지 가능하다. 이는 에스트래픽 발행주식 총수의 6.3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에스트래픽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120억원만 갚고 80억원 CB를 예정대로 자본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유·무상증자로 낮아진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에스트래픽의 콜옵션 행사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에스트래픽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 ‘서울신교통카드’가 지속해서 재무적 부담을 주고 있다. 서울신교통카드는 지하철 승차고객의 교통카드 수집수수료를 주요 매출로하는 회사다. 출범이후 영업손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기준 자본총계 -32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에스트래픽의 2021년 3분기말 연결 및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각각 286.98%, 196.04%에 달한다.
에스트래픽이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문 대표 등 최대주주의 자금여력에 대해선 의문이다. 앞서 에스트래픽 유상증자 당시 문 대표와 이 부사장은 최대 120%의 청약이 가능했지만 보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 50%를 매도해 지분율이 낮아졌다. 문 대표와 이 부사장의 경우 유상증자 인수인으로 참여한 키움증권에 보유 주식을 담보로 각각 9억원, 4억2000만원의 대출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의 경우 주식으로 전환시 최대주주의 지배력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콜옵션을 CB에 담아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전환가액이 현주가 대비 현저히 낮다면 주식전환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CB 상환에 따른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트래픽 관계자는 “아직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만큼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향후 대주주나 제3자에 대한 콜옵션 계획 자체는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