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연지 기자] 시중 자금이 주식·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의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증시 침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위험을 감수하는 '빚투', '영끌' 등의 투자 성향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7일 21조43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448억원(9.7%)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의 보유 주식 및 현금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 기간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로, 잔고는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반면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1월 말 기준 642조3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험자산 투자 경계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 '영끌' 열풍이 사그라드는 모습이다.
김대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은 금리모멘텀이 극대화되는 시기"라면서 "수신은 기준금리 인상 및 주식시장이 조정 장세를 보이면서 예·적금으로의 역머니무브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최소 네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한국은행도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기에 당분간 '역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머니무브 현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자율이 높아지는 것인데 이전까지는 기준 금리가 워낙 낮았고, 은행 예·적금 금리가 1%대로 형성이 돼 있었다"며 "지금은 이자율이 뚜렷하게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고, 올해 기준금리가 최소 두 번, 많으면 세 번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은행 이자율은 거의 3%대 근처까지 갈 것"이라며 "이정도의 이자율이면 예·적금으로 회귀하는 유인이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의 낮은 이자율에 실망했던 분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빼서 주식시장 등으로 자금을 옮겼는데, 은행 이자율이 다시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은행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라며 "이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softpaper6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