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8% 급락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반도체 수급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테슬라는 지난해 말까지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자동차 리콜 사태 등 각종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날보다 4.93% 하락해 860달러(한화 약 103만원)로 장을 마쳤다. 지난 1월 초 주가는 장중 1200달러 선까지 찍고 '천이백슬라'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현재까지 28% 가량 흘러내렸다. 시가 총액은 8888억 달러(1063조원)로, 9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시화에 이어 자율주행차 품질 논란과 각종 위법 행위 의혹으로 테슬라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국(DFEH)은 테슬라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조직적인인종차별과 괴롭힘이 있었다는 수백 건의 불만을 접수하고 이에 대해 지난 9일 주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DFEH는 고소장에서 테슬라가 직원들 간의 흑인 인종차별을 방관하고, 흑인 노동자들은 육체적으로 더 힘든 일에 배치됐으며 급여 및 승진 기회에서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DFEH는 흑인 노동자들의 인종적인 비방이 일상적이었으며, 한 흑인 노동자는 하루에 인종차별적 비방을 100번이나 들었다고 했다.
테슬라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테슬라는 "주정부가 최근 몇 년간 수십건의 고발을 조사했지만 위법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3만명이 넘는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임금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법적 조치는 불공정하고 비생산적이다"라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캘리포니아 코르테 마데라에 있는 테슬라 대리점. 사진/뉴시스
그러나 테슬라가 인종차별과 관련해 제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서 엘리베이터 운영요원으로 일하던 오웬 디애즈가 지난해 10월 낸 인종차별 손해배상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주법원 배심원단은 그의 손을 들어주며 테슬라에 1억369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평결을 했다.
테슬라는 지난 8월에도 프리몬트 공장에서 일하며 상사들에게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한 흑인 직원 벨빈 베리에게 1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중재를 수용해 배상을 실행했다.
테슬라 전치차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큰 문제다. 테슬라는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보행자 경고음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57만9000여대를 리콜하기로 했으며, 2020~2022년형 모델S와 모델X, 모델Y, 2017~2022년형 모델3 일부 차량이 리콜 대상이다.
품질 이슈는 올해 들어 반복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3일 안전벨트경고음 문제로 81만 7000여대를 리콜했으며, 지난 1일에는 정지 신호에서 차량이나 보행자가 없을 시 차가 완전히 멈추지 않고 속도만 줄여 그대로 주행하는 기능인 '롤링스톱' 기능 결함으로 5만4000여대를 리콜했다. 9일에는 앞유리 성에 제거 기능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2만7000여대 차량을 리콜했다.
규제 당국이 일론 머스크 CEO의 트위터 발언도 법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머스크는 머스크 CEO는 지난해 11월 보유 지분 매도 여부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로(SEC)부터 규정 준수 여부를 묻는 소환장을 최근 전달받았다. SEC가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정밀 조사를 재개했다고 월스트리스저널(WSJ)은 전했다.
SEC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18년 테슬라와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머스크는 '테슬라 상장 폐지 검토'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고, SEC는 증권사기 혐의로 소송을 냈다. 그는 총 4000만달러의 벌금을 내는 한편, 그의 의장 이사회 의장 자격을 박탈하고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로부터 트윗의 게재를 사전에 승인받는 조건으로 SEC와 합의했다.
한편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지난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테슬라다. 서학개미는 테슬라 주식을 28억6800만달러(3조4300억원) 순매수해 7억7200만달러(9250억6400만원)로 2위를 기록한 애플보다도 4배 가까이 많이 사들였다. 올해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식을 7억6300만달러(9155억 3300만원) 매수해 순매수 1위 자리를 지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