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부 기능을 뺀 채 고객에게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점점 길어지는 출고 대기 시간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반도체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1분기 출시하는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에서 전후방 주차 보조와 후방 자동 제동 등의 옵션을 빼고 출고하기로 했다. 대형 SUV '2022년형 트래버스'에서는 2열 열선 시트도 뺐다.
쉐보레 '타호'. 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은 일부 옵션을 제외한 채 차량을 출고하고,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는 시점에 무상으로 장착해 줄 방침이다.
기아(000270)는 K8 후방 주차 충돌 방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하면 출고를 앞당기고, 가격도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005380)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대신 출고를 앞당기는 방법을 안내하며 옵션이 적은 차량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기능을 빼는 '마이너스 옵션'은 수입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제조된 모델3와 모델Y에서 조향 장치와 관련한 2개의 부품을 제거했다. 해당 부품 없이도 오토 파일럿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란 이유에서다.
BMW는 지난해 말부터 6시리즈 GT모델에서 '서라운드 뷰' 기능을 빼고 출고하고 있다. 3시리즈 세단과 일부 SUV 모델에는 터치스크린 옵션도 제공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인기 모델인 GLE 쿠페에 전동 메모리 시트 옵션을 빼고 판매하고 있고, 일부 모델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를 없앴다. 포르쉐는 전동 스티어링 휠 옵션을 뺀 채 출고를 진행 중이다.
제너럴모터스(GM)도 지난해 11월부터 쉐보레 콜로라도, 블레이저, 에퀴녹스, 실버라도 등 주요 모델에 열선 시트 기능을 제거하고 차량을 출고하고 있다.
운전자가 테슬라 '오토 파일럿' 기능을 작동시키고 있다. 사진/테슬라 유튜브 캡처
일부 기능이 빠진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옵션은 빠지는데, 가격은 그대로다", "지금 차를 사는 게 맞냐"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마이너스 옵션 자체가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차량 출고가 안 되면 더 큰 문제가 되는 만큼 울며 겨자 먹기로 제작사의 핵심적인 역량을 빼는 판매 방식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이슈는 적어도 올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는 1015만대 수준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출고 대기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이달 현대차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의 가솔린 모델은 출고 대기 기간이 각각 7개월, 6주~7주, 5개월로 집계됐다.
스포티지와 쏘렌토, 카니발 가솔린 모델은 출고까지 각각 11개월, 12개월, 1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비교해 1개월~2개월 더 길어졌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