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그럼에도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확대됐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72만대로 전년 대비 112% 급증했다.
반도체 공급난과 전기차 확대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격변을 일으켰다. 일본 토요타는 미국에서 90년 만에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처음 1위에 올랐다.
현대차(005380)·
기아(000270)도 미국 진출 35년 만에 혼다를 밀어내고 5위를 기록했다.
10일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와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에서 233만2261대를 판매해 GM(220만2598대)을 넘어섰다. GM은 판매량이 13.1% 줄었지만 토요타는 10.4% 늘었다.
GM은 1931년 이후 90년간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를 유지하다 처음으로 토요타에 자리를 내줬다.
토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일본 도쿄에서 전기자동차(EV) 전략 관련 기자 회견을 열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신 에너지차(NEV)의 연구 개발과 생산설비를 구축하는데 8조 엔(약 83조2200억 원)을 투입하고 그중 전기차에 4조 엔(41조6100억원)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기아는 21.6% 증가한 148만9118대를 팔아 혼다(146만6630대)를 제치고 토요타·미국 빅3(GM·포드·스텔란티스)에 이어 5위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연간 역대 최다 판매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지각변동 원인으로 꼽힌다. GM,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도체 확보에 실패해 여러 차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반면 토요타와 현대차·기아는 생산 일정 조정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피해를 줄였다. 현대차의 경우 2020년 초 중국산 '와이어링 하네스(전선 뭉치)' 사태를 겪으면서 공급망 관리 체계를 재설정하고 재고를 늘린 것이 주효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 강자는 사라지고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토요타 역시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1위 자리를 언제든 다시 내줄 수 있다.특히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처럼 새로운 브랜드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엔진, 변속기 기반으로 기존 내연기관에서 쌓은 이미지를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도리어 전기차 확대로 새로운 브랜드의 성공 기회가 많아지는 시점이 지금이다"고 말했다.
2021년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 순위. 그래픽/뉴스토마토
GM은 전동화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CES 2022'에서 픽업트럭 '실버라도'의 전기차 버전을 공개한 GM은 2025년까지 30종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연간 10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를 제치고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GMC도 지난해 4월 공개한 '허머 EV'를 올해부터 양산에 나선다. GMC는 '시에나' 전기 모델도 선보일 방침이다.
포드 역시 내년까지 전기차 생산능력을 연간 6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드의 지난해 전기차 생산량은 11만대 수준이다.
올해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 토요타는 올해 상반기 전기차 브랜드 '토요타 비지(TOYOTA bZ)'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비지포엑스(bZ4X)'를 출시한다. 토요타는 bZ4X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15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전 차종에서 전기차 모델을 보유할 예정이다.
토요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기차 'UX 300e'와 'RZ 450e'를 포함해 2030년 1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2035년부터는 전기차 모델만 판매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IT기업들도 참전한다. 애플은 2025년 첫 번째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고 소니는 올 봄 전기차 회사 '소니 모빌리티'를 세우고 전기차 개발에 들어갈 방침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