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심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과 도핑 의혹으로 오점을 남기고 있다.
러시아의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가 도핑 규정 위반이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경기 출전을 강행하면서 '도핑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발리예바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도핑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서 메달 시상식이 잠정 연기됐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에도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하고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해당 문제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CAS에 제소했으나, CAS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김연아 인스타그램 캡처
발리예바의 출전 강행에 피겨 스타들도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어로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사상 첫 5위를 차지한 차준환도 "많은 선수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는 깨끗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했던 여자 피겨 선수 최다빈은 김연아의 메시지를 공유했고,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 출전한 이시형과 평창동계올림픽 페어에 출전했던 김규은, 국가대표 이해인 역시 같은 방법으로 의견을 표명했다.
여러 외신에서도 이 같은 피겨 선수들의 의견을 보도하고 나섰다. 미국 CNN과 로이터통신은 이번 CAS 결정에 대한 스포츠계의 반대 발언을 전하며 김연아의 발언을 소개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김연아가 발리예바 출전을 즉시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드문 코멘트를 했다"고 언급했다.
아사히신문과 닛칸스포츠,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언론도 관련 소식을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김연아가 인스타 글을 게시한 뒤 4시간 만에 좋아요가 15만개를 넘었고, 6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고 전했다.
카밀라 발리예바가 지난 1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인근 피겨 트레이닝 링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는 2012년부터 국제 대회에서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도핑 테스트 결과를 은폐해 IOC의 제재를 받고 있다. 러시아 출신 선수는 올해 12월까지 올림픽에서 국호나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번 올림픽도 ROC 소속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IOC의 최고참 위원인 캐나다의 딕 파운드는 “러시아는 회개하지 않았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앞서 소치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도핑 의심 대상자 명단에 올라 메달 박탈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이후 부상을 핑계로 국제 대회 출전을 기피했으며, 피겨계에서도 러시아 선수들의 기량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쇼트트랙 등에서 편파 판정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도핑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올림픽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 선수와 이준서 선수가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처리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들의 실격으로 중국선수들이 모두 결승에 진출했다. 판정 시비 뿐만 아니라 문화 침탈 논란도 있었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소수 민족의 대표 중 하나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켜 국내에서는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에 빗대 '한복공정'이라는 반중 정서가 강하게 일었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