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막을 내렸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을 시작해 편파 판정, 문화 침탈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의 과도한 중화주의가 올림픽과 스포츠 정신을 퇴색시켰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회 초반부터 쇼트트랙 편파 판정 등 논란에 휩싸였다. 올림픽 초반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2000m 혼성계주와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우리나라 황대헌과 이준서가 실격되면서 중국 선수 모두가 결승 진출의 혜택을 받았다. 결승에서는 1위였던 헝가리 선수 샤올린 샨도르 류가 페널티를 받아 금메달은 중국 선수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중국은 지난 5일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에서도 3위로 탈락할 상황이었으나 2위였던 미국에 반칙이 선언돼 결승에 오른 뒤 우승했다. 미국·대만 등 외신들도 판정 논란을 잇따라 보도했다. AP통신은 런쯔웨이를 두고 "논란이 많은 결승에서 살아남아 우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편파판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윤홍근 선수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며 자화자찬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공정하고 청렴함 올림픽을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반칙왕'으로 묘사한 영화까지 개봉돼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영화에서 한국 선수들은 고의로 주인공에게 발을 걸고, 넘어진 주인공의 눈을 스케이트 날로 다치게 하는 반칙왕으로 묘사된다.
스키점프 남녀 혼성 단체전에서는 4개국 5명의 선수가 복장 규정 위반으로 무더기로 실격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중국 애국주의를 드높이는 '중화 올림픽'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의지가 논란을 촉발시킨 배경으로 지목된다. 중국 선수단 출정식 구호는 "영수에게 보답하기 위해 목숨을 걸자. 일등을 다투고 패배는 인정하지 않는다. 총서기와 함께 미래로 가자"였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입장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문화침탈 논란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중정서를 자극했다. 중국은 개막식에서 한복을 소수 민족 의상으로 연출했는데, 그 배경 역시 자의적 애국주의인 중화 민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류 확산으로 한국 문화에 자부심이 커졌고 불공정에 대한 거부감이 큰 우리나라 MZ세대를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강하게 일었으며, 중국 젊은 네티즌들 민족주의로 맞서는 온라인 '장외 전쟁'이 대회 기간 내내 지속됐다.
그들은 중국으로 귀화한 자국의 대표 선수들에게도 냉혹했다. 피겨 단체전에 참가했던 귀화 선수 주이는 서툰 중국어와 함께 성적이 최하위권에 머물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는 '주이가 넘어졌다'는 해시태그는 몇 시간 만에 2억회 이상 조회됐다.
유명 피겨 선수의 약물 논란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또 다른 오점으로 남겼다. 러시아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25일 러시아선수권대회 당시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지난 7일 발리예바는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금메달로 이끌었으나 금지 약물 통보로 시상식이 연기됐다.
이런 논란에도 발리예바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구제로 출전이 가능해지자 프리스케이팅 여자 싱글 출전을 강행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결국 발리예바는 메달권에 입상하지 못하면서 여자 피겨 시상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외신들은 발리예바 약물 스캔들에 따른 수혜자가 결국 중국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올림픽 브리핑에 타국 기자들의 질문이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 중국에 민감한 사안에 집중됐다면, 약물 이슈가 불거진 이후에는 대회 폐막 직전까지 이 문제가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지속됐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카밀라 발리예바(러시아 올림픽 위원회·ROC)가 연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