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쌍용차(003620)의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이 초반 흥행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가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무공해차(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보급목표치를 상향함에 따라 코란도 이모션 성패 여부가 쌍용차의 전동화 전략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코란도 이모션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한 결과 3주 만에 초도 물량 3500대를 돌파했지만 배터리 부족으로 생산성이 늘어나는 계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다. 당초 계획 물량보다 많은 계약이 몰리면서 배터리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 업체와 계약된 물량을 생산계획에 반영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격히 늘 경우 신속하게 추가 물량을 공급하기 어렵다. 쌍용차는 배터리를 확보한 이후 코란도 이모션 계약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추가 확보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를 통해 코란도 이모션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사진=쌍용차)
다음달 4일 출시되는 코란도 이모션은 61.5kWh 배터리 장착으로 1회 충전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307㎞다. 경쟁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72.6kWh, 기아 'EV6 롱레인지' 77.4kW는 물론 한국지엠 '볼트EV' 66kWh 보다도 배터리 용량이 적다.
코란도 이모션 가격은 4056만원으로 올해 전기차 국고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5500만원 미만을 충족해 700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665만원으로 책정됐다. 주행거리와 연비 등 전기차 성능도 고려해 보조금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란도 이모션이 3~4년 전에만 나왔어도 쌍용차가 SUV 명가의 맥을 유지할 수 있는데 타이밍이 좀 늦었다"며 "한 세대 뒤진 모델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리한 만큼 서둘러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란도 이모션 판매량 확대 속도가 더딜 경우 쌍용차의 전동화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환경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등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완성차 업체에 벌금성 기여금을 부과하기로 해 목표량만큼의 전기차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 저공해차 보급 목표 설정을 골자로 한 '2020 연간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2021년 무공해차 판매 비중. (그래픽=뉴스토마토)
환경부는 지난해 무공해차 보급목표치를 설정하며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전체 판매량의 10%, 쌍용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은 4%를 맞추도록 했다.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기준으로 비율 목표를 다르게 적용했다. 올해는 현대차와 기아 12%, 나머지 업체들은 8%로 비율이 올라가고 내년부터는 미달할 경우 기여금을 물어야 한다.
쌍용차의 경우 지난해 내수 판매량(5만6363대)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전기차를 4500대 이상 판매해야 한다. 결국 목표치에 충족하려면 코란도 이모션 1대 뿐인 전기차 라인업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출시가 당면 과제다"며 "신차 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오는 7월 무쏘 후속인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도 출시하고 내년 J100의 전기차 모델인 'U100'도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BYD와 배터리 팩 및 전기차 전용 플랫폼 공동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에디슨모터스 역시 쌍용차 인수 직후 기존 내연기관차인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등 쌍용차 모든 모델을 전기차로 출시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2030년까지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