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스테판 드블레즈 신임 대표 체제에 돌입한다. 최근 몇 년간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세로 르노삼성 존립의 위험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차 및 친환경차 출시를 비롯해 어떤 반전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드블레즈 신임 대표는 다음달 1일 취임한다. 별도의 취임 행사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취임한 도미닉 시뇨라 대표는 이달 말을 끝으로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드블레즈 신임 대표는 직전까지 르노그룹 선행 프로젝트 및 크로스 카 라인 프로그램 디렉터를 역임했다. 앞으로는 신차 출시와 전동화 전환 등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중책을 맡는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6만1096대로 2020년 대비 36.3% 감소했다. 2017년 10만대를 넘은 이후 8만~9만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6만대로 급감했다. 르노삼성은 메르세데스-벤츠(7만6152대), BMW(6만5669대)에도 밀려 국내 승용차 판매 5위를 기록했다. 현대차, 기아에 이은 3위 자리를 벤츠에 내준 것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삼성 신임 대표.(사진=르노삼성)
신차가 없다 보니 주력 차종인 'QM6'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QM6 내수 판매량은 3만7747대로 2020년 대비 19.4% 줄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8%에 달한다. 2020년 48.8%와 비교하면 13%p나 올랐다.
그동안 SM7, SM5, QM3 등 다양한 세그먼트 차량이 단종 됐지만 2020년 XM3 출시 이후 새로운 모델이 없다. 조에·캡처·마스터 등 르노그룹 수입차 역시 판매 부진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판매량 확대를 위해선 라인업 강화가 필수인데 현재 예정된 신차는 없는 상황이다.
드블레즈 대표는 전기차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르노삼성의 전기차는 '조에' 하나다. 지난해 774대 팔리는데 그쳤다. 르노삼성의 친환경차 출시 계획은 올해 하반기 'XM3 하이브리드' 모델 정도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모기업인 르노그룹이 전기차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아무런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전기차를 웬만큼 팔아서는 적자인 만큼 유럽에 생산·판매하는 것을 우선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차가 나오지 않으면 노사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 있다. QM6, XM3 등 주력 차종의 후속 모델과 친환경차 개발에 미온적이면 부산공장 생산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이 2019년 만료되면서 2020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파업을 겪었다.
르노삼성 'XM3'.(사진=로느삼성)
르노삼성은 르노그룹이 일감을 얼마나 배정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크게 좌우된다. 2020년 9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유럽 수출용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는 지난해 수출량이 5만6719대로 전체 수출량의 79%를 차지한다.
르노그룹은 XM3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비중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XM3 하이브리드는 유럽 판매량 6만대 중 60%를 차지하며 친환경차 판매 비율 확대에 기여했다.
르노삼성의 신차는 2024년에야 나올 전망이다. 지난달 르노와 중국 지리자동차는 부산공장에서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지리홀딩그룹 산하 볼보의 CMA 플랫폼과 최신 하이브리드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르노와 지리차는 하이브리드차와 내연기관차부터 르노삼성 브랜드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성공 모델인 QM3처럼 르노그룹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모델 1~2개를 들여와야 한다"며 "동시에 노사안정화와 부산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오는 8월 삼성 브랜드 사용 유예기간이 끝나 독립해야 한다. 2020년 8월 삼성전자·삼성물산과 맺은 '삼성’ 브랜드 사용 계약이 종료됐다. 당시 르노삼성과 삼성전자·물산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르노삼성 지분 19.9%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는 매각을 추진 중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