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기아(000270) '레이'와
현대차(005380) '캐스퍼'가 넓은 공간성을 바탕으로 침체된 경차시장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반면 높은 가성비로 돌풍을 일으켰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두 모델 기세에 밀려 판매량이 주춤하고 있다.
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레이의 올해 1~2월 국내 판매량은 681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했다.
레이 1인승 밴.(사진=기아)
지난해에는 26.0% 늘어난 3만5956대가 팔려 기아 승용 모델 중 K5, K8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모닝' 판매량이 3만530대로 21.2%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캐스퍼 역시 올해 1~2월 7252대가 팔려 현대차 레저용 차량(RV) 모델 중 팰리세이드(8202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캐스퍼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월 3000~4000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도 돌파했다.
두 모델은 경차임에도 넓은 실내 공간이 강점이다. 특히 캐스퍼는 운전석 시트까지 앞으로 완전히 접힌다. 1·2열 전 좌석에 폴딩(등받이를 앞으로 접는 것)·슬라이딩(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는 것)·리클라이닝 (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 기능이 적용돼 높은 공간 활용성을 자랑한다.
현대차·기아는 두 모델이 흥행을 이어가자 라인업을 강화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열 시트를 없애고 940ℓ의 적재용량을 구현한 '캐스퍼 밴' 모델을 출시했고 기아 역시 기존 2인승 밴에서 동승석 시트를 없애 적재용량을 1628ℓ까지 늘린 레이 1인승 밴을 내놨다.
기아 관계자는 "소규모 물류 비즈니스의 확대에 따라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높은 공간 활용성을 갖춘 레이 1인승 밴을 개발하게 됐다"며 "최근 1인 사업자 증가와 혼자 여행을 즐기는 추세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내 소형 SUV 판매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레이와 캐스퍼가 인기를 끌자 소형 SUV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그동안 소형 SUV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키운 일등공신이었다. 2014년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한 소형 SUV는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셀토스, 르노삼성 XM3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소형 SUV 판매량은 2016년 10만대를 돌파했고 2020년엔 28만5945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27만705대로 상승세가 꺾였다.
셀토스(4만90대), 니로(1만8504대), 현대차 베뉴(1만3496대),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1만8286대), XM3(1만6535대) 모두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20%가량 감소했다. 코나는 61%나 줄었다.
신형 아반떼, K5 등이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시작했고 넓은 실내 공간을 앞세운 중대형 SUV가 각광받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경차 레이, 캐스퍼 돌풍도 한몫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는 연비에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중대형 SUV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면서 넓은 공간에 연비까지 갖추자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가격에서는 레이, 캐스퍼에 밀리고 준준형 SUV인 투싼, 스포티지도 차체가 커지면서 소형 SUV 포지션이 애매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2세대 니로와 XM3가 주춤한 소형 SUV를 공략한다. 기아가 지난 1월 선보인 2세대 니로의 강점은 연비다. 20.8㎞/ℓ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SUV 중 가장 연비가 뛰어나다. 반도체 부족에도 올해 들어 3550대가 팔렸다.
르노삼성은 이달 2023년형 XM3를 출시했다. 지난 1월부터 한 달 반 동안 사전예약 수는 2330명에 달한다.
XM3에는 고급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사고 발생 시 버튼을 누르면 24시간 콜센터에 연결이 가능하고 자동으로 현재 위치를 콜센터로 전송해 긴급 구조 및 사고처리 지원을 요청한다. 차량 내부에서 결제·주문을 마칠 수 있는 시스템(인카페이먼트)도 탑재됐다. 여기에 차음 윈드 쉴드 글라스를 기본 적용해 외부 소음 차음 효과를 높였다. 올해 하반기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도 앞두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