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업계 1위
케이카(381970)와의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케이카는 현대차 진출이 오히려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돼 점유율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도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086280), 현대캐피탈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다음주 안으로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현대차가 지난 7일 중기부 결정에 앞서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만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 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년 11월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현재까지 심의위가 동반성장위원회 결정을 번복한 적은 없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 케이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케이카 점유율이 견고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출고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미만 차량의 현대차 신차영업소(대리점) 매입 비중은 5~6% 수준으로 낮다.
케이카 직원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케이카)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케이카의 현대차 신차영업소를 통한 매입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 물량 확보 과정에서의 충돌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카는 업계 1위지만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이 4~5%에 그친다. 지난해 매출은 1조9024억원으로 중고차 전체 시장 규모(39조원)의 4.9% 정도여서 확장할 여지도 많다.
특히 현대차 진출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2020년 39조원에서 매년 5%씩 성장해 2025년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 진출로)중고차 신뢰성이 높아지면서 지금의 규모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케이카 입장에서는 현대차가 들어와서 위축될 것을 우려하지만 도리어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외 다른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경우 이들과 제휴 가능성도 있다. 또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케이카와의 협력도 있을 수 있다. 이미 케이카는 카카오,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중고차 시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케이카의 온라인 중고차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케이카는 이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고차 가격을 산정하는 모델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과의 추가적인 제휴가 기대된다.
이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장 케이카의 시장 점유율을 일부 잃을지라도 소비자 구매 경험 확대 및 시장 신뢰도 상승으로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 증가와 1위 업체 선점효과에 따른 온라인 판매 확대를 예상한다"며 "케이카의 점유율은 내년 7%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콘셉트.(사진=현대차)
이에 맞서 현대차는 제조사로서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정밀한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인증중고차(CPO)를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또 중고차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 시장 신뢰를 높인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캐피탈을 통한 사업 확장도 가능하다. 현재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판매사업을,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경매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도 론칭했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현대글로비스는 이들이 매입한 양질의 중고차를 공급받는 구조다. 현대캐피탈을 통한 중고차 금융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자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산업수요 증가와 연관 산업 활성화 등 기존 중고차업계의 판매와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는 중고차 정비와 부품, 유통·관리, 시험·인증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함께 중고차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와 IC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차량 점검 등의 첨단 신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