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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금융불균형 확대…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화
작년 3분기 말 실질신용갭률 5.1%
입력 : 2022-03-0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코로나19 이후 실물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 지원, 완화 조치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고 가계·기업 부채가 증가하면서 금융불균형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기업 부채 등 민간신용 위협이 과거보다 커진 만큼 외부 충격 시 금융위기 이상의 상황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실질민간신용(소비자물가지수 이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은 2018년 이후부터 제7순환의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이클은 금융 변수들의 종합적인 순환 변동을 의미한다.
 
특히 금융사이클의 심도를 가늠하는 실질신용갭률은 코로나19 이후 단기간 내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신용률갭은 일부 산출 방식에 따라서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1%로 2008년 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4.9%), 2002년 4분기 신용카드 사태(3.4%)를 상회했다.
 
실질신용갭은 가계 및 기업의 신용(부채·채권)이 장기추세치에 비해 얼마나 더 많거나 적게 공급됐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실질신용갭률이 5.1%라는 것은 가계·기업 장기 평균 신용을 100으로 설정할 때 작년 3분기 105.1이라는 것으로, 그만큼 가계·기업 부채가 많다는 의미다.
 
금융사이클의 심도가 높아졌다는 것은 민간신용이 과거 대비 커져 외부 충격 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뜻한다.
 
한은이 금융사이클 국면과 심도를 여타 경제 지표와의 동조관계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비동조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양 사이클 간 괴리 현상은 더욱 심화되면서 금융·실물 불균형(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악화되는 상황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2년 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상승폭은 26.5%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2007년 4분기~2009년 3분기) 당시 21.6%포인트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 2001년 4분기부터 2002년 4분기까지의 신용카드 사태(8.9%포인트)의 3배 수준에 달했다.
 
주택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주택가격사이클 간 강한 동조 관계가 가계신용을 중심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신용과 주택가격 갭 분석에서도 과거(2005년 전후) 주택가격 급등기와 마찬가지로 최근 두 사이클 모두 강한 상승 흐름을 시현했다.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금융사이클과 기준금리 사이클 간에 동조 관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역동조 관계로 전환됐다.
 
한은은 위기 이후 실물·금융 비동조화의 영향으로 실물사이클에 대한 경기대응적 금리조정(경기둔화 시 금리 인하)이 신용 증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사이클에 대해 경기순응적 관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담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이클과 실물사이클 간 괴리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금리수준, 금융기관 수신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걸친 유동성 상황, 자산가격 변화 등에 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의 민간신용 증가와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후 빠른 확장세를 보여온 금융사이클의 주기와 진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9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최근 우리나라 금융사이클의 상황 및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실질민간신용(소비자물가지수 이용)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금융사이클은 2018년 이후부터 제7순환의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대출 안내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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