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가 임시 휴전 및 인도주의적 대피 통로 개방 합의에도 우크라이나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 공습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가 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를 옥죄기 위한 제재 강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약 13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병원 어린이 병동과 산부인과 병동까지 포격 당했으며 이 도시 주민들은 전기와 가스, 물·음식 공급 등이 끊긴 채 고립되고 있다.
무차별 포격으로 시신을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르게이 올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이날에만 시신 47구를 공동묘지에 묻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의 올레나 스토코즈는 "전기, 물, 식량 등 모든 게 부족하고 탈수증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의 요충지 중 하나로 매일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점령하면 러시아군은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과 연결돼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가질 수 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도 러시아군이 점령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양측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10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외교장관회담을 진행한다. 앞서 양측은 평화협상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으나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 외에는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전쟁 장기화 전망 속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가스·석탄 등의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단독 제재안을 발표한 데 이어 러시아 국영 원자력 발전소·우라늄 생산 관련 업체에 대한 제재 검토에도 착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Rosatom·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 을 제재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도 미국에 동참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독일 등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은 오는 10~11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데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외곽에서 인부들이 포격에 희생된 주민들의 시신을 집단매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