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한 지인은 "문재인정부를 포함해 민주당을 이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다"라고 혀를 내두른다. 능력 없어 보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보다 민주당이 더 싫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최종 결과인 셈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까지 합치면 진보가 이긴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민주당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던 것일까. 오만, 운동권 좌파 등등 패배 원인으로 여러가지가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문재인정부를 거치면 부동산 가격이 많이도 올랐다. 25번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집값 상승으로 수렴됐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은 꿈을 포기한지 오래고, 젊은이들은 애초부터 다른 가치에 방점을 찍고 일찍부터 선배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도적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내쳐진 것이 사실이다. 평생을 모아도 집 한채를 살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놓은 집권 여당에 의해 내쳐진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금부자'만 집을 살 수 있는 등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자기 돈으로 집을 구매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라고 일갈하면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부를 배신하고 '영끌'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청와대 대변인도 있었다.
한국토지주태공사 등 공공기관 인사들의 땅투기 논란도 문재인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진 투기들이 유독 부동산에 진력을 다하던 문재인정부의 실책처럼 느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번 미운털이 박힌 사람은 무엇을 해도 미울뿐이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도 그 놈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시장과 동떨어진 현실 판단력도 한 몫했을 것이다.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는데, 정부 기관 지표는 꿈쩍하지 않았다. 정부는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호헌장담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흘렀다. 한때 따로 놀고 있는 정부기관과 민간기관의 수치도 업계에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는 결국 정부기관이 표본집단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실, 부동산 실책만 아니었으면 선거 결과는 사뭇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는 이유는 겨우 0.73%포인트에 불과한 표 차이다.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꿈인 서민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올라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 것인가. 누가 봐도 준비되지 않은 후보를 찍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꿈을 가져간 민주당을 심판해야 되기에 찍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부동산이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 시장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서울 집값이 다시 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가 부동산 욕망의 소용돌이로 치닫고 있다. 이 축제의 장이 일부에게만 펼쳐질지, 모두에게 펼쳐질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 여부에 따라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승패가 달렸다. 부디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