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과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의 공습이 거세지고, 유엔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사태 해결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4일쯤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 방문해 유럽 지도자들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NBC, CNN방송 등은 복수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다른 지역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 계획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은 나토 회원국, 유럽동맹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하면 나토 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와 함께 유럽을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최고위 당국자들은 유럽을 방문하며 나토 동맹을 수호하기 위한 외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유럽에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카멀라 해리 부통령 미국 부통령도 동유럽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방문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번 주 나토 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뒤 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와 불가리아를 방문한다.
러시아는 키이우 점령을 위해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키이우의 시티 버스가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시 북부의 9층 아파트 건물도 폭격 당해 2명이 사망했다. CNN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중심부에서 두 차례 거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의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머지않아 시가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군은 현재 키이우 도심에서 15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4차 회담을 2시간가량 진행했으나 일시 휴회하고, 세부적인 추가 작업과 개념의 명확화를 위해 15일에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28일과 이달 4일, 7일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최근 영국 하원 연설에 이어 오는 16일 화상으로 미국 상·하원 연설을 한다.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해온 그는 이번에도 전투기 등 추가 군사적 지원 확대 등을 거듭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일에도 미국 의원 수백 명을 상대로 화상 면담에서 지원을 호소했으나 개전 이후 미 의회를 상대로 연설하는 것은 처음이다.
비탈리 클리치코(왼쪽)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장이 14일(현지시간) 동생 블라디미르 클리치코(가운데)와 함께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크게 파손된 시내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