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서울 주택시장에서 월세가격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임대차 3법 등의 영향으로 여전히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부동산 관련 세부담이 낮아질 경우 전세의 월세화 속도 조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하락하며 2020년 5월 0.1% 하락한 이후 1년9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여기에 대통령 선거 변수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 절벽이 심화했고, 결국 가격을 끌어내렸다.
여기에 전세가격도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도 0.11% 하락하며 0.06% 하락을 기록했던 2019년 6월 이후 2년8개월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는 정부 규제는 물론 대출금리 부담이 높아지고 있고,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지역 아파트 월세가격은 여전히 금리 인상 등으로 월세 수요가 늘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지역 아파트 월세가격은 전달보다 0.09% 상승했다. 이는 여전히 종합부동산세 및 보유세 등 높아지는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임대인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유세 인상이 주택임대로 상승에 미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물량 감소 등으로 월세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최근 2년 간 서울 지역 월세 비중이 13.7%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으로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일단 업계에서는 월세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먼저 전세가격이 이제 하락 전환했다는 점에서 아직 전세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월세가격 상승폭은 둔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월세가격은 0.16% 상승했고, 그 전달에는 0.24% 상승했다. 전세가격이 하락 전환하면서 월세가격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차기 정부의 세부담 완화 정책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보유세나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다만, 새로운 정부가 보유세와 관련된 세부담 속도 조정에 대해서 강력하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 월세가격의 상승, 빠른 월세화에 대한 속도 조정이 이뤄질지 조금 더 지켜보실 필요는 있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