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땅이 문제였다. 부동산 문제가 정권을 바꿨다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부동산은 우리 삶의 지척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둘로 갈렸다.
예전부터 용산은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던 자리다. 그래서 용산은 과거 청나라와 일본 군대가 자리 잡았던 곳이고,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했던 서울의 노른자위였다. 한 건축가는 점령군이 왜 다 여기 와서 진을 쳤는지 알겠다고며 이런 명당에 왜 대통령이 아닌 국방부 장관이 앉아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금의 청와대가 권위주의 시대를 상징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없는 위치라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혔다. 그럼 윤 당선자는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로 선정하는 곳이 어떤 점에서 권위주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인지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방부가 군사 시설이기 때문에 청와대보다 일반인 출입이 더욱 엄격히 통제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윤 당선자는 어떤 방식으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운영할 것인지, 진정 국민과 원할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각에서 제기하는 풍수지리설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건진법사' 등 무속인을 가까이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윤 당선자다. 대통령 취임도 하기 전에 국민의 세금을 쓰고,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려는 이유가 무속인의 권유라면 국민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제 갓 출범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부동산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실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문제로 정권교체를 이룬 윤 당선자가 인수위에 부동산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결국 국민들의 부동산 문제에 더욱 집중해야 될 차기 정부가 자신들의 부동산 문제, 땅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국민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