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원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안까지 판단한 법원의 판결은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므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조합원 B씨가 조합장 A씨를 상대로 낸 조합장지위 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못 한다”며 “도시정비법 41조 1항은 조합의 임원 선임 자격 요건과 자격 유지 요건을 ‘전문’과 ‘후문’으로 구분해 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두 요건(전문 또는 후문) 중 하나만 주장한 경우에는 변론주의 원칙상 법원은 그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원심에 이르기까지 ‘A씨가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후 이 사건 정비구역 내에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도시정비법 41조 1항 후문에 정해진 자격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했고, ‘전문’에 정해진 선임 자격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았다 주장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A씨가 도시정비법 41조 1항 ‘전문’에 정해진 선임 자격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해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 B씨가 주장하지도 않은 사항에 관해서 판단했다”며 “원심 판결에는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16년 7월 경남 창원시 한 재개발 지역 조합장으로 취임해 2019년 12월 해당 정비구역 내 주소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에 조합원 B씨는 A씨가 도시정비법 41조 ‘후문’에서 정한 자격상실 사유 발생자(관리처분 계획 인가 전 거주이탈자)에 해당하므로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않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12월 이 사건 주택의 지번으로 A씨 전입신고가 마쳐진 이래 별다른 변동이 없었기 때문에, 조합장으로 중임된 이후부터 이 사건 정비구역 내 주택에서 거주해 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측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도시정비법 41조 1항 자격요건인 ‘정비구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일 것’ 또는 ‘정비구역에 위치한 건축물 또는 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하고 있을 것’을 갖춰야(도시정비법 41조 1항 전문)하므로 A씨는 조합장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