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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오미크론에 확진되다
입력 : 2022-03-21 오전 6:00:00
자가격리가 그저께 자동 해제됐다. 확진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인후염은 사라지지 않았고 잠긴 목도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여전히 마스크를 껴야 하고 방역수칙은 그대로다. 보건소나 방역당국이 별도의 지침을 통보해주거나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전화도 없었다. 추가 PCR검사를 통해 음성으로 확인됐거나 혹은 더 치료해야 한다거나하는 권고지침도 없었다. 확진자의 증상과 관계없이 일주일 지나면 누구나 자동적으로 격리해제가 되고 일상생활에 복귀하라는 지침이 일괄 적용된다.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고 위험도 높은 시설 이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안내장에 적혀있었지만 이는 확진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지켜야 할 방역수칙이다.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확진 후 일주일이 지나면 감염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하지만 증상이 남아있어 다시 검사를 하면 양성이 나올게 뻔하다.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회복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미크론 치료는 각자의 몫이라는 ‘각자도생’이 내게 닥친 현실이었다.
 
확진 전 전조는 있었다. 회사일과 지인들과의 약속이 당일 취소되기 일쑤였다. 확진이 되거나 밀접접촉자 통보를 받아 자연스럽게 약속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일상을 멈출 수는 없었다.
 
확진된 사람들이 전하는 '목감기'와 유사할 정도로 경미하다는 경험담은 오미크론에 대한 경계심을 낮췄다. 식당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 감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도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식당모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상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확진 전 이틀 동안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안심하고 다른 모임에도 참석했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 몸에서 이상신호가 잡혔다. 목이 칼칼해졌다. 목감기 증상과 다를 바 없는 인후염이었다. 그때부터 한 순간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타인과의 식사도 회피했다. 오후가 되자 목이 잠겼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지만 음성이 나왔다. 두 시간 후 다시 검사했지만 여전히 한 줄이었다.
 
두 번의 진단키트 결과가 미심쩍었지만 '단순감기'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았다. 잔기침이 잦아졌고 가래도 끓었다. 병원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약 처방을 받았다. 다음 날이 되자 오미크론 증상이 분명해졌다. 기상하자마자 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다.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순간 붉은 두 줄이 눈에 들어왔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PCR검사를 받으러 선별진료소에 갔더니 수백 미터에 이르는 긴 줄로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검사를 마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진단키트 양성이 나온 후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예상대로 다음 날 확진통보가 왔다.
 
보건소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 안내와 증상악화시 비대면진료 요령을 알려주는 정도 외에는 특별한 관리는 없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해열진통제 등이 들어있는 확진자 자가격리 세트가 퀵서비스로 왔다. 경미한 증상에는 '팍스로비드'처방이 어렵다고도 했다.
 
확진통보를 받은 그날은 국내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선 지 사흘 째 되는 날이었다. 그 다음 날 40만 명을 돌파했고 신속항원검사 양성도 확진자로 인정하기 시작한 16일 60만 명을 돌파했다. 격리해제가 된 18일 38만여 명으로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에 이른지 알 수가 없었다. 20일 현재 국내 확진자는 930여만 명에 이르러 ‘현재까지 확진되지 않은 성인은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유행하고 있다.
 
오미크론변이가 유행하던 지난 해 12월 백신 3차 접종을 마쳤지만 결과적으로 예방효과는 없었던 셈이다. 
 
확진 전후의 과정에서 진단키트의 효과에 대해 적잖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자가진단으로는 증상이 완전히 발현되기 전까지는 오미크론 변이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목감기 증상이 기본인 오미크론 검사에 면봉 하나로 콧구멍으로만 증상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진단키트의 한계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따라서 정부가 초·중·고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3월 한 달 동안 매주 2회씩 신속항원검사키트를 무료지원하기로 한 방침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한 달 예산이 무려 1464억에 이른다.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서는 선제적으로 오미크론 확진여부를 절대로 찾아내지 못한다. 증상이 발현된 이후에는 학생 누구나 증상을 자각할 수 있다. 자가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감기증상을 느끼면 등교하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을 당국이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관련 업계와의 유착의혹마저 제기하게 한다. 약국에서 개당 6000원에 판매하는 진단키트를 증상도 없고 밀접접촉자도 아닌 학생들에게 주 2회씩 검사하도록 한 것은 오미크론 예방책이 아닌 그냥 예산낭비일 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초기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라진 오미크론변이에 대한 방역당국의 정확한 진단이 이뤄졌다면 확진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을 더 이상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K-방역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진 과도한 거리두기정책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영업손실 등 사회적 과비용도 더 이상 지출할 필요가 없다. 
 
방역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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