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공사 현장에서 열악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다 숨진 노동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만성심장질환 등이 있던 고인은 육체적으로 가볍지 않은 업무를 3개월을 쉰 후 10일간 연속으로 하는 등 근무 시간 및 강도가 사망 전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발살바 효과’와 비좁은 공간 등이 영향을 미쳐 심장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발살바 효과란 숨을 참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진료기록 감정의는 비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인자가 될 수 있었다는 소견이다”라며 “고인은 정기적으로 고혈압 치료를 받았고, 사망 전 고혈압과 공복혈당장애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고 판시했다.
심장 질환을 앓던 일용직 근로자 A씨는 3개월간의 휴식 후 2019년 4월 16일부터 열흘간 연속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화재발생 감시 작업, 철골자재 인양작업 보조 및 자재정리 등을 했다. 그러다 그해 같은 달 28일 오전 10시26분경 A씨는 공사현장에 설치된 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씨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추정됐다.
이에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A씨 유족은 이 같은 공단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사진=서울행정법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