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자사 애널리스트를 통한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선행매매’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진국 전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가 5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표와 애널리스트 이모씨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전 대표는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다투고 싶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수사기록 전반을 살펴봐도 이 전 대표가 애널리스트 이씨에게 직접적으로 선행매매를 지시했다는 내용을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주식 매매가 이뤄진 이 전 대표의 계좌는 본인 실명 계좌로 하나금융투자 내부 규정에 의해 신고돼 있고, 모니터링 대상”이라며 “이처럼 공개대상이 되는 계좌를 통해 (이 전 대표가) 선행매매를 지시했다는 것은 경험상 납득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에 애널리스트 이씨 측은 “약식명령으로 처벌 받은 조모 (하나금투) 센터장을 통해 수차례 (선행매매)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 전 대표도 회사에 신고된 계좌로 (선행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애널리스트 이씨는) 얻은 이익이 없으나 이 전 대표는 총 47개 종목을 (선행)매매해 1억4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은 “조 센터장을 만난 적이 있지만 선행매매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이씨에게 “작성 및 공표할 기업분석보고서 관련 종목을 미리 알려달라”고 요청한 뒤 해당 주식을 매수하했다가 리포트 공표 후 이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총 47개 종목을 매매(선행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비서를 통해 자신의 계좌와 공인인증서를 관리하도록 하며 이씨가 알려준 종목을 매수·매도하도록 지시해 1억4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이씨는 이 전 대표의 선행매매를 조력하며 본인도 2018년 1월~2020년 4월 기업분석보고서 공표 전 총 9개 종목을 선행매매해 14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부인과 장모 명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2019년 7월 출범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첫 수사 대상이자 지난해 9월 출범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첫 사건이다.
금감원은 2020년 10월 하나금융투자 종합검사에서 이 전 대표와 하나금투 임직원들 선행매매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해 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남부지검 협력단은 이 전 대표와 이씨를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은 약식기소, 1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 전 대표와 이씨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2차 공판은 다음달 26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사진=하나금융투자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