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달 작년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한
비디아이(148140)가 결국 감사의견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폐기 기로에 섰다. 비디아이는 ‘전액자본잠식설’ 및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가능성이 지속 제기되던 기업이다. 특히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내부결산과 비교해 재무제표상 많은 수치가 수정되면서 자금 통제의 미비가 확인된 만큼, 자금 횡령 등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보고서 제출 미룬 비디아이, 결국 상폐 심사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일 비디아이는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임을 공시,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비디아이는 앞서 지난해 3월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바 있는데, 이번 외부감사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비디아이의 외부감사를 한 정동회계법인은 “비디아이 경영자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보고서에 대해 검토 결과, 비디아이는 도급계약과 관련한 공사수익의 인식 및 도급금액의 적정성에 대해 충분하고 적합한 통제절차를 운영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미비점으로 부적절한 재무보고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된 영업적자로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고, 334억원의 부(-)의 영업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등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비디아이는 이번 사업보고서에서 재무제표상 회계 수치가 크게 수정됐다. 앞서 비디아이는 지난 3월2일 내부결산시점 법인세차감전손실률이 50%를 넘어서면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추가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비디아이가 공시한 연결기준 자본총계와 법인세차감전손실은 각각 167억원, 356억원으로 법인세차감전손실률은 214%였다. 그러나 사업보고서상 확인된 비디아이의 연결 자본총계와 법인세차감전손실은 각각 83억원, 425억원으로 나타났다. 자본총계가 내부결산 시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법인세차감전손실은 20%가량 늘었다. 법인세차감전손실률 역시 기존 214%에서 511%로 대폭 늘어났다.
별도기준 자본잠식률도 크게 늘었다. 당시 비디아이가 공시한 별도 자본총계는 148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8%에 불과했다. 바뀐 사업보고서에서 확인된 자본총계는 97억원에 불과했고, 자본잠식률도 40%로 급격히 늘어났다.
(표=뉴스토마토)
이미 예견됐던 비디아이 의견거절
사실 비디아이의 감사의견 거절은 확정 공시 이전부터 수차례 예고됐던 상황이다. 비디아이는 앞서 지난 2020년 감사보고서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을 받았으나, 지난해 반기보고서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내부회계 및 계속기업존속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올해 감사시즌을 앞두고도 여전히 내부회계관리가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비디아이는 지난달 2일 내부결산 시점에서 자본잠식률이 8%에 불과하다고 공시했지만, 불과 3주도 안돼서 전액자본잠식설에 휩싸이며 거래가 정지됐다.
실제 전액자본잠식이 아니라하더라도, 내부결산 시점과 감사시점 회계수치가 상당부분 차이가 날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특히 상폐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반대매매가 나타나고,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하는 등 감사의견 거절 가능성을 키워갔다.
비디아이가 이번 감사의견 거절로 바로 상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디아이는 상장적격성실질심사 대상이 된 후 15일(4월2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 시 차기 사업보고서 법정 제출기한 다음 날부터 10일까지(2023년 4월 10일) 개선기간을 부여받는다. 이후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며, 기심위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은 코스닥 시장위원회 심의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실제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수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
당장 상장폐지 면해도…수년 간 거래정지
비디아이의 상폐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감사의견 거절 및 지정정으로 ‘투자주의환기종목’과 ‘관리종목’에 연이어 올랐으며, 올해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미비를 해소하지 못해 결국 상장적격성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여기에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년간 법인세차감전손실률이 50%를 넘어서면서 관리종목 추가지정 사유가 발생할 예정이며, 내부회계 시점과 감사과정에서의 회계 수치 차이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가능성도 크다. 현재 비디아이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누계벌점은 8점으로, 누계벌점이 15점에 달하면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사업보고서가 나오고 내부결산시점과 사업보고서의 내용 차이가 크다면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차례 이어진 공시에서 상장사의 상장폐지 가능성 및 내부회계관리 부실이 확인돼왔다”며 “회사의 공시를 유의 깊게 봐왔다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폐지 되지 않더라도, 신라젠처럼 수년간 투자금이 묶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