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디스플레이 장비 전문기업
한송네오텍(226440)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에 따른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기한이익이 상실됐다. 기한이익상실로 한송네오텍이 발행한 CB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송네오텍은 지난해 발행한 130억원 규모의 CB 대부분을 만기 전 취득했다. CB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는 한송네오텍의 지난해 감사보고서가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송네오텍 외부감사를 한 이촌회계법인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투자 및 자금 거래의 타당성과 회계처리의 적정성 △특수관계자 범위 및 거래에 대한 정확성과 부외부채 존재 가능성 △자금 관련 내부통제 미비점 등 근거로 들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서 한송네오텍 CB의 기한이익이 상실됐고, 거래정지가 길어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도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지난해 발행한 CB 130억원 중 지난달 주식전환청구된 21억원을 제외한 대부분인 상환됐다. 총 109억원 중 98억원이 기한이익상실로 만기 전 상환됐다.
한송네오텍의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액 296억원,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5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4억원에서 올해 마이너스(-) 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한송네오텍이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해 신규출자한 엔에스네오텍과 타법인출자취득을 통해 지분을 매입한 신화아이티의 매출이 추가되면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 손실이 늘어난 영향이다.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부채비율도 크게 늘었다. 작년 한송네오텍의 부채총계는 468억원으로 전년(114억원) 대비 354억원이나 증가했으며, 부채비율은 30.7%에서 1088%로 급격히 늘었다.
차입금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 2020년 50억원에 불과했던 장·단기 차입금은 2021년 말 기준 206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중 97억원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차입금이다.
한손네오텍은 작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을 66억원 보유하고 있지만, 이 역시 CB 상환을 위해 대부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송네오텍은 98억원 규모의 CB중 53억원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납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최근 상환을 결정한 35억원 중 25억원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알파홀딩스(117670) CB로 대납하기로 했다. 알파홀딩스는 지난 2월 한송네오텍 지분 22.74%를 429억여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한송네오텍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곳이다.
CB의 풋옵션 행사로 유동성 악화가 예상되지만, 기존에 계획했던 자금조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한송네오텍은 지난해 11월 1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는데, CB 납입일을 앞두고 한송네오텍의 거래가 정지되면서 CB 발행이 철회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송네오텍은 지난해 11월 CB 발행을 결의하면서 납입일을 올해 5월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되는 CB 리픽싱 상향 의무화 등의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급히 CB발행을 결정한 영향으로 보인다. 급히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면서 자금 여력을 갖춘 채권자를 찾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송네오텍은 이번 상장폐지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1년여의 시간을 벌었다. 한송네오텍은 지난달 이의신청을 통해 내년 4월10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이후 개선계획 이행 여부에 따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하며, 이 기간 매매거래 정지는 지속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따른 거래정지로 전환사채의 기한이익이 상실될 경우 채권자는 CB의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며 “발행사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행한 CB들이 조기상환 청구될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