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1조7000억원대 피해를 야기한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횡령을 돕고, ‘펀드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라임 대체투자본부장이 징역 5년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본부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중 각 업무상배임 부분에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이를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 대상으로 삼은 바가 없어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달리 직권으로 파기할 만한 위법이 존재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 전 본부장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자금으로 195억원 상당의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이 대금을 당초 약정한 목적이 아닌 재향군인회상조회 인수자금으로 전용하도록 도와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대가로 김봉현 전 회장으로부터 용인 소재 골프장의 가족회원권 지위를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라임 펀드 자금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의 악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전량 처분해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펀드 돌려막기'에 가담해 라임에 200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있다.
김 전 본부장에 대한 1심 재판은 두 건으로 나눠 진행됐다. 우선 김 전 회장의 횡령을 도운 혐의에 대한 1심 재판부는 2020년 김 전 본부장에게 징역 5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펀드 돌려막기'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도 김 전 본부장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지난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건은 2심에서 병합 심리됐다. 김 전 본부장은 항소심에서 1심(총 징역 6년 6개월) 보다 1년 6개월 감형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2심 재판부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업무 관련 재산상 이익을 수수해 청렴성을 훼손했고 펀드 운용역으로서 선량한 관리자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 전 부사장 등과 공모해 펀드 돌려막기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며 징역 5년 및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김 전 본부장 측은 업무상 배임의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라임 임직원으로서 펀드와 투자자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설정한 자금통제방안을 위반했다”며 “관리자의 주의의무에 위배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혐의에 대해선 “상장사 대표가 횡령·배임으로 고소될 것이라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전달받고 주식을 전량 매각해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했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범행으로 각 범행 죄질이 좋지 않고 업무상 배임 행위에 관한 피해액도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본부장은 초범이고 ‘펀드 돌려막기’ 범행의 최종 의사결정은 이 전 부사장이 했으며 이 부분 범행 가담 정도가 이 전 부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사진=라임자산운용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