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 내정자로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했다. 그야말로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인사다.
한 검사장은 윤 당선인과 ‘의형제’를 맺을 만큼 가까운 최측근으로 꼽힌다. 때문에 윤 당선인이 언젠가 한 검사장을 요직에 앉힐 것이란 예상은 했으나 적어도 첫 인사에서만큼은 거리를 둘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모두가 ‘설마’하며 하마평에도 올리지 않던 인사를 단행했고, 그로 인한 우려 섞인 시각이 제기되자 법무장관 지명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절대 파격인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고….”
윤 당선인은 한 검사장의 영어 실력 등을 내세워 그가 국제기준에 맞게 사법제도를 정비해나갈 적임자라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법무장관직에 자신의 ‘복심’을 심어둔 것은 사실상 검찰 인사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이로 인해 ‘기수문화’가 강한 검찰 족보는 꼬이게 됐다. 1973년생 한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27기로 김오수 검찰총장(20기)과 7기수 차이가 난다. 현재 고검장급은 23~26기, 일선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장급은 25~27기로 한 검사장 보다 윗기수 검사들 사퇴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총장으로선 이번 인사가 퇴진을 압박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검찰총장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요직은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직권으로 ‘상설특검’이 가능한 점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중대범죄수사청을 법무부 산하에 둘 수 있다는 점 등을 모두 계산한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단 것이냐”며 반발했다.
앞으로 법무장관이 움직일 때마다 야당(더불어민주당)은 반발하고, 무엇을 하든 의심을 살 것이다. 여야 강대강 대치에 이번 인사는 그야말로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윤 당선인은 멀리 보지 못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윤 당선인은 최측근을 법무장관직에 기용함으로써 자신에게 붙은 ‘공정과 상식’이란 수식어를 제 손으로 지우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민생 현안이 산적한 현 시점 여야 극한 대치에 피로해진 국민만 불쌍할 뿐이다.
박효선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