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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증시 침체기②)반도체 쓸어담는 동·서학개미…성적은 암울
"반토막 나도 산다"…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연초 대비 63%↓
입력 : 2022-04-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반등을 노리고 반도체 우량주를 저가 매수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주식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반도체 업황도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기업 펀더멘털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면서도, 당분간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에만 삼성전자를 3조258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7435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신저가를 거듭해 지난 18일 6만6100원까지 하락했다. 작년 말 8만원 선이 깨진 데 이어 7만원 선마저 뚫은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작년 말 13만원대에서 현재 1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학개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반도체 종목들 역시 수익률이 부진해 '개미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달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3X ETF(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ares·SOXL)'와 엔비디아(NVDA)가 큰 차이로 각각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에만 서학개미들은 SOXL ETF를 5억214만달러(6202억원) 순매수했으며, 엔비디아도 1억935만달러(2390억원) 사들였다. 이 밖에도 AMD, 아이셰어스 반도체 ETF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에 투자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SOXL과 엔비디아는 이달에만 각각 13.6%, 20.1% 하락했다. 특히 지수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SOXL은 하락폭도 가팔랐다. 해당 ETF 가격은 연초 72달러에서 현재 26달러 선까지 63% 가량 빠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반도체 업황의 장기적인 미래 성장성과 펀더멘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거시 경제의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의 공격적 긴축 가능성 암시, 국채 금리 급등 등으로 미국 반도체 업종 투자 심리가 둔화됐다"며 "미국과 더불어 대만 반도체 업종도 중국 로컬 스마트폰 수요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반도체 업황의 난관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었다. 시장 수요는 견조하나 그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그만큼 공급하지 못하면서 주가가 조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빨라진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반도체 수요 자체가 둔화될 수 있고 펀더멘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형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초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판매량의 25%를 차지한 중국은 코로나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세트 업체들의 재고 조정도 동반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서버, PC가 이끌었던 강한 수요는 상수로 인식되곤 했지만, 최근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하락폭이 유달리 컸다"며 "수요 위축으로 인한 공포감으로 가파른 주가 조정에 직면한 만큼 중국의 봉쇄 영향과 세부 업종별 업황을 반영한 투자전략이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하반기에 다가갈수록 메모리 수요보다는 공급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메모리 재고는 건전한 수준인 가운데 반도체 장비 리드 타임이 증가하고 있고 공급사들의 수익성 위주 전략에 기반해 D램 수급 개선을 전망한다"고 조언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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