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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관투자자들 "동원산업·엔터 합병비율 불공정" 한목소리
대주주에만 유리한 합병비율 '선관의무 위반'
입력 : 2022-04-21 오후 2:32:08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간 합병에 대해 자산운용사들이 재고 목소리를 높이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자회사인 동원산업 주주에게 불리하고 대주주 일가에만 유리한 합병비율이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을 강행할 경우 주주에게 손실이 될 만한 행위를 미리 중단하도록 하는 '유지청구 소송'을 통해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은 21일 오전 10시30분 한국언론진흥재단 프레스센터에서 '동원산업 합병비율 불공정'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규식 거버넌스포럼 회장과 백지윤 블래쉬 자산운용 대표와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 등이 참석해 함께 목소리를 냈다.

불공정한 합병비율…동원산업 '의도된 저평가' 의혹도
최근 동원산업은 최근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는데, 합병비율이 오너일가에만 유리하게 책정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합병비율은 1대3.839로, 오너일가가 99.56%를 소유한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만 후한 평가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합병에서 동원그룹은 주식 시가로 기업가치를 평가해 합병 비율을 책정했다. 동원시스템즈는 고평가되고 동원산업은 저평가된 시점에 이번 합병이 결정됐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동원시스템즈는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종속기업이다.
 
평가기준일에 동원시스템즈의 PBR은 2.6배, 5년 평균 지배손익 기준 PER은 34.2배로 동원산업의 PBR 0.6배, PER 6.7배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을 오래 전에 계획하고 동원산업의 주가는 낮게 유지,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올리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백지윤 블래쉬 자산운용 대표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회사에선 이 합병을 오래 계획하고 동원산업은 저평가,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높이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며 "IR도 동원시스템즈가 훨씬 적극적이었다"고 했다. 
 
심혜섭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 역시 "동원산업도 동원시스템즈 지분 12.23%를 보유하고 있는데, 시가로 따지면 약 2150억원이 되는 이 부분이 동원산업 가치에 반영이 안돼있다"며 "동원산업은 양재에 본사도 있고 땅도 있는데 자산 재평가도 일절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법 398조 위반 소지…합병 강행시 '유지청구 소송'"
동원산업 측은 시가를 토대로 합병비율을 산출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포럼 측은 이번 합병이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법적으로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규식 회장은 "2011년도 한국 상법이 398조에 특히 회사와 주요주주간 거래에서 거래 내용과 절차에 있어 특별히 공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며 "이번 합병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종속회사인 동원산업의 합병이기 때문에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로서 전형적인 이해충돌 행위이므로 훨씬 엄격한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회사 측은 시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했기 대문에 문제가 없단 입장이지만, 적어도 시가보다 높은 순자산가치를 사용해 합병가액을 결정해야 한다"며 "이사회는 선관의무 충실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시가보다 순자산가치가 높을 경우 순자산가치를 선택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합병비율뿐 아니라 합병 결정까의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가 외부용역보고서 등 관련 자료를 충분히 공개하고 검토하지 않았으며, 관련 이사회결의에서도 검토한 흔적이 없다는 지적이다. 
 
심혜섭 변호사는 "회사에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훼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순자산가치가 아닌 시가로 측정했는지 입증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이번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무엇인지, 주주가치를 어떻게 제고할 것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을 강행할 경우 포럼 측은 '유지청구 소송'을 통해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주영 변호사는 "합병비율이 공정하지 않으면 상법 398조에 따라 법령 및 정관을 위반한 것이 된다"며 "일정 지분을 가진 주주는 손해가 나기 전에 그런 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유지 청구 소송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위원회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오전 10시30분 한국언론진흥재단 프레스센터에서 '동원산업 합병비율 불공정'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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