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화전기(024810)가 채무 상환 및 시설 증축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유증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화전기는
이아이디(093230),
이트론(096040)으로 이어진 순환출조 구조를 활용해 자금을 돌려막고 있어 실질적인 출자 없이 가공적으로 자본을 늘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계열사 이아이디가 채무 변제를 위한 유상증자를 진행한 지 1년도 채 안돼 또다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만큼, 투자자들의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화전기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4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총 480만주로, 발행주식총수(8343만6096주)의 57.51% 수준이다. 이화전기는 오는 6월 확정발행가액을 공고한 뒤 구주주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주주청약에서 발생한 실권주에 대해선 일반청약이 진행된다.
이화전기는 이번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은행권 채무를 변제하고 공장을 증축, 2차전지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앞서 진행한 이아이디의 유증이 참패한 만큼 이화전기의 유증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화전기는 이아이디, 이트론과 함께 순환출자로 이어진 기업집단이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지분을 유지하고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결국 실질적인 출자 없이 자본을 늘려온 셈이다.
이화전기는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화전기가 이아이디(지분율 20.44%)의 최대주주이며, 이아이디는 이트론(9.47%)의 최대주주다. 또 이트론(지분율 19.90%)은 이화전기의 최대주주로 이어진다.
이는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상호출자를 통해 확보한 지분을 개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아이디와 이화전기가 계열사 주식을 장내 매도해 거둬들인 금액만 654억원에 이른다.
(표=뉴스토마토)
이아이디는 지난해 4월 이트론 주식 8400만주 장내매도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공시했다. 공시 이후 이아이디는 이트론 주식 총 6028만6996주를 장내매도했다. 장내매도를 통해 이아이디가 거둔 금액은 352억원이다. 이아이디의 최대주주인 이화전기도 같은 시기 이아이디 주식 1억1037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장내매도로 이화전기가 거둔 금액은 317억원이다.
계열사 주식을 장내매도하며 자금을 조달했지만, 3개 사의 지분율 변동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화전기는 이아이디 주식 장내매도로 보유주식이 2억1037만주에서 1억주로 하락했었다. 그러나, 작년 7월 3자 배정 유상증자로 6224만주를 추가 취득했고 같은 해 11월 일반공모유상증자로 3000만주를 취득해 1억9224만주로 다시 늘었다. 보유주식 절반가량(약 1억주)을 처분했지만, 실제로는 2000만주가량만 줄어든 셈이다.
계열사 주식을 장내매도하면서 이아이디와 이트론의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이아이디의 이트론 주식 처분 공시 이후 이트론의 주가는 1100원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현재 이트론의 주가는 284원(21일 종가 기준)이다. 이아이디 역시 공시 이후 616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는 198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최대주주의 보유지분 매각은 계열사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향후 주식가치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회사 주식 매도를 통해 자금을 조달은 투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 간 상호출자가 빈번한 만큼, 앞서 진행된 유증의 결과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아이디는 작년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584억원의 자금조달을 계획했으나, 277억원의 지금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최종 청약에서 청약률 47.36%를 기록했으며, 발행 예정 주식 총 2억2200만주 중 1억514만주만 발행됐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