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그동안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이른바 '차박'과 캠핑 등 아웃도어 열풍에 힘입어 커진 차체만큼이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픽업트럭 시장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산 완성차 5개사의 올해 1분기 판매량 30만8298대 중 SUV 등 레저용 차량(RV)은 15만9379대로 51.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47.5%와 비교해 5.3%포인트 오른 수치다.
지난 2010년 국내 RV 모델의 연간 판매량은 27만5433대에 불과했지만, 2020년 71만8295대로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68만1521대에 그쳤지만, 2010년과 비교하면 약 2.5배로 커졌다.
RV 중에서도 대형 SUV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 SUV 판매량은 34만489대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전체 승용차 시장 판매가 9.2% 감소한 가운데 대형 SUV만 늘어났다. 전체 신차 중 대형 SUV의 비중도 2019년 11.0%에서 2020년 17.0%, 지난해엔 역대 최대치인 19.6%로 확대됐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부분변경 모델.(사진=현대차)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가 활동의 방식이 크게 바뀌면서 캠핑 등 가족 단위의 레저 활동이 인기를 끈 데다 비싸지만 더 크고 편안한 차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RV 판매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몇 명이 타더라도 여유 있는 공간과 함께 실내에서 일도 같이 볼 수 있고, 여기에 오토캠핑 문화까지 합쳐지면서 다양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수입차 업체들은 대형 SUV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우선
현대차(005380)는 다음 달 '더 뉴 팰리세이드'를 출시한다. 더 뉴 팰리세이드는 지난 2018년 11월 출시된 이후 첫 부분변경 모델이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5만2338대가 팔려 2년 연속 현대차 'SUV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2.2 디젤·3.8 가솔린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 2가지 엔진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이달 쉐보레 초대형 SUV '타호'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타호는 미국에서 1994년 출시된 이후 가장 많이 팔린 풀 사이즈 SUV로 이번이 5세대다. 국내 출시되는 타호는 최고 등급의 하이컨트리 모델로 휠베이스(3071㎜)가 3m를 넘는다. 2열 레그룸은 1067㎜이며, 3열 레그룸은 성인 남성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886㎜에 달한다.
지프는 지난해 11월 대형 SUV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을 국내에 출시했다. 11년 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전장 5220㎜, 전폭 1975㎜의 크기를 자랑한다. 브랜드 최초 3열 시트도 적용했다.
랜드로버는 올해 상반기 완전변경 모델인 5세대 '올 뉴 레인지로버'를 국내에 선보인다. 2억원이 넘는 차량이지만, 사전 계약 대수만 2000대가 넘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차량이다. 링컨 역시 대형 SUV인 '네비게이터'의 부분변경 모델과 2022년형 '네비게이터'를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GMC 픽업트럭 '시에라'.(사진=GMC)
넓은 적재 공간을 갖추면서도 험로에서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한 픽업트럭의 수요도 느는 추세다.
지난해 수입 픽업트럭 판매량은 573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픽업트럭 1위인 쉐보레는 2022년형 '콜로라도'를 내놓으며 굳히기에 나섰고, GMC의 픽업트럭 '시에라'도 올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산 유일 픽업트럭인
쌍용차(003620)의 '렉스턴 스포츠&칸'은 2만5813대로 전년보다 21.9% 줄었지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적체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기차도 대형 SUV 시장에 등장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000270)는 각각 내년 대형 전기 SUV '세븐'과 'EV9'을 선보일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 픽업트럭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GM은 올해 초 픽업트럭 '실버라도'의 전기차 버전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실버라도 EV가 1회 충전으로 약 400마일(약 644㎞)을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F-150 라이트닝의 약 300마일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GMC도 지난해 4월 공개한 '허머 EV'를 올해부터 양산에 나선다. GMC는 '시에나' 전기 모델도 선보일 방침이다. GM은 허머 EV와 시에라 EV를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