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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모 찬스' 없앨 수 있을까
입력 : 2022-04-27 오전 6:00:00
학창 시절 제법 공부는 잘하지만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수시 철이 되자 그 친구는 서너 군데 대학을 신중하게 골라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수시 지원은 무제한이었지만 7~8만원에 달하는 전형료 탓에 그 친구에겐 무제한이 아니었다.
 
그런데 옆 반의 누군가가 제 성적으론 입학이 어려운 대학들을 마구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들리는 소식에 그이의 아버지인지 할아버지인지가 국회의원을 지냈다고 했고, 어머니는 학부모회의 주요 간부였다. 학생들 사이 여러 소문이 돌 정도로 꽤 부유한 집이었다. '제 아무리 지원해도 저 성적으로는 저 대학 절대 못 간다'고 욕하면서도, 닥치는 대로 원서를 집어넣는 그 친구 집의 재력을 모두 내심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두 친구는 결국 모두 수시로 대학을 가지는 못했다. 다만 불합격의 이유는 조금 달랐을 것이다. 한 친구는 본인의 성적보다 높은 대학에만 지원한 게 문제였고, 한 친구는 보다 많은 대학에 수시 원서를 낼 기회가 없었다.
 
'공정한 입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대학 입시는 한 사람의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각각의 능력이 온전히 평가받는, '부모 찬스'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대학 입시는 고위직들의 입시 비리의 온상이다. 교수들은 자녀나 지인의 자녀를 논문의 공저자로 올려 대입을 위한 스펙을 만들어주고, 대학병원 고위직의 자녀는 의대에 특별편입으로 들어간다. 대학 입시 제도가 자리 잡은 뒤 끊임 없이 이어진 입시 부정은 모두 떠올리기가 힘들 정도다.
 
아울러 '부모 찬스'는 꼭 법을 어기는 식으로만 나타나진 않는다. 어릴 때부터 대입을 위해 받는 고액 과외, 입시 전문가가 지도하는 자기소개서, 각종 대외활동 모두 부모가 경제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애초 출발선이 다른 것이다.
 
이는 아무리 대입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해도 근절하기 어렵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시험 성적으로만 학생을 뽑지 않겠다며 학생부(수시)를 중심으로 대입 제도를 개편하자 내신 성적부터 동아리와 봉사활동까지 컨설팅해주는 전문가가 생기기도 했다. 대입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들끓는 교육열이 그에 맞는 사교육을 양산한 셈이다.
 
정부는 학생부 중심의 대학 입시 전형이 문제가 되자 이번에는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 또한 공정하다고 보긴 어렵다. 정시야말로 결국 고액 과외를 받은 학생이 수능에서 고득점을 할 가능성이 높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수시 비중을 늘리느냐 정시 비중을 늘리느냐는 의미 없는 숫자 싸움에 불과해 보인다. 현재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대입 제도를 바꾸는 건 오히려 정보에 취약한 사회 하위 계층의 혼란만 키울 뿐이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원인 진단이다. 제도 자체의 허점을 보기보단 대입 경쟁이 치열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는 말이다. 출신 대학에 따른 불평등과 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획기적인 대입 제도가 와도 '부모찬스'는 계속될 것이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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