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개월여를 맞이한 가운데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의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중대재해법 3개월간의 추진사항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한 더안전회의를 26일 영상회의실에서 가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주요 실국장과 외부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지난 3개월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틀어주는 것과 유사한 동영상 비상대피 안내다. 서울시는 행사 비상대피안내 의무화해 50명 이상이 참석하거나 연면적 100㎡ 이상 행사장에서 이뤄지는 행사·교육 진행 시 동영상 등을 통한 비상대피 안내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상에는 사고 발생 시 대피동선과 대피 시 주의사항, 소화기 위치 및 사용방법을 포함한다. 영상은 시청 본청과 인재개발원을 시작으로 각 사업소로 확산하는 단계다. 또 행사계획 수립단계부터 안전요원 지정을 의무화해 참석자들에 대한 비상대피 안내로 시민안전을 확보한다.
서울시 비상대피 안내영상 중 대피 시 주의사항. (사진=서울시)
건설근로자 보행·작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오 시장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삼성전자 사례를 벤치마킹해 서울시 실정에 맞춰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의 모든 공사장에는 건설근로자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지침이 시행 중이다. 일반근로자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사용해야 한다. 정비조종원이나 차량운전자는 장비 운행 중이 아닌 장비 시동을 정지한 후에 사용 가능하다. 감리용역자나 현장방문자도 보행 시 사용 금지가 적용되며, 출입문에서 지침을 설명한 후 협조를 요청한다.
지침에 대한 홍보물을 바닥이나 벽, 스탠드 형태로 만들어 현재 서울 58개 기관, 1039곳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건설근로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하며, 매일 조회나 작업 전 안전미팅 때마다 교육이 이뤄진다.
서울시가 각 공사장에 부착한 작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관련 이미지. (사진=서울시)
도로관리사업소 현장보수반은 도로 보수작업 시 차량통행으로 인해 작업자가 위험에 노출되곤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로봇신호수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건설기계 등 주정차 시 사이드브레이크 체결, 사업소 차량 주행 시 미등 점등 의무화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안전관리자 의무 배치가 아닌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고가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안전관리자, 신호수, 안전감리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체 사고의 40% 가량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며, 기존엔 일부 사업장에서 장비신호수 임금 부담을 이유로 신호수를 미배치했다.
서울대공원은 전기카트 이동이 많은 특성 상 보행자와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전기카트 외부에 경광등과 스피커, 내부에 후방카메라를 설치해 접촉사고를 막고 있다. 특히, 사육사들이 이동하는 동물사 안전사고를 막고자 각 문과 격벽 사이에 경광등과 경보음을 강화하고 열림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서울시는 중대재해 대상 시설물 현황과 법적 의무이행 사항을 통합관리하기 위한 ’안전보건체계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도급·용역·위탁사업 등의 사고 이력 등을 축적해 문제가 있는 업체들은 사전에 걸러낼 계획이다.
범죄수사 과정에서 활용되던 프로파일링 기법을 재해 원인분석에도 활용하기 위해 ’재해 포렌식·프로파일링‘ 등의 연구용역도 연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10년간의 사고를 분석해 재해 사례분석부터 현장조사, 원인규명, 개선권고, 이행평가까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활용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제 기준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해만 보인다. 여전히 존재하는 적당주의·대충주의·안전불감증이 있다”며 “서울시가 기왕 전 지자체의 모범이 되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모든 안전관리에 모델과 표준화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성산대교 바닥판 균열 현장을 방문해 균열이 생긴 교량 하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