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 서울 서남부권에 살고 있는 직장인 S씨는 며칠 전 귀가길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강남역 부근에서 오랜 만에 지인 모임을 마치고 오후 11시쯤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지나가는 빈 택시를 보기 힘든 것은 물론 호출 앱도 반응이 없었다. 여러 앱을 돌아가며 택시를 부르다 결국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시간은 이미 자정이 가까워져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그는 아무 버스나 올라탔고 종점인 노량진 부근에 내려 다시 택시 잡기를 시도한 끝에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S씨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줄어들었던 택시 이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호출이 몰리는 심야 시간대 법인택시 기사 수는 감소한 탓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기 위해 길거리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 수요 증가는 사적모임 인원이 10명으로 증가하고 영업시간도 자정까지로 확대돼 사실상 엔데믹 기조로 접어든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가 마지막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집계한 전국 카카오T 택시 일평균 호출 건수는 323만건이었다. 이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국면이 장기화됐던 전년 동기 대비 139%,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직후였던 2020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수치다. 호출 지역을 서울로만 한정해보면 일평균 증가율은 216%, 441%로 대폭 늘어 수급 불균형이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기간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이후 일주일로 확대해 보면, 일평균 호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7%, 2020년 동기 대비 3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 기조로 접어든 4월 초 크게 늘어난 택시 수요가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 4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일평균 택시 호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37%, 2020년 동기 대비 312% 증가했다. 서울로만 한정해 살펴보면 호출 증가율은 각각 210%, 407%로 더 높다.
택시 수급 불균형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 이른바 '심야 피크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이달 4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심야 시간대 택시 수요는 지난해 11월 위드코로나 때보다 34% 증가했다. 반면 같은 시간 카카오T를 이용해 호출을 받는 법인택시 기사는 2.9% 감소했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해서는 12.1%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택시 수요가 감소하면서 택시 기사들 역시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탈이 잦았는데, 늦은 시간까지 근무를 해 체력 소모가 큰 심야 시간대의 운행은 더 크게 감소했다.
이에 주요 모빌리티 업체들은 기사들의 운행 독려와 배차 효율성 제고 등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요불균형 해소를 위해 카카오T 블루·블랙·벤티 및 프로멤버십 이용 기사에게 '실시간 수요지도'를 제공해 이용자 수요를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배차성공률, 배차 소요 시간 등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효율적인 택시 운행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택시 수요 폭증에 대비해 서울 택시기사들에게 '수요 급증에 따른 운행 가이드'도 제공해 승차난 해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타다는 배차 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차량 한 대가 최대한 많은 호출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곧 운행이 종료되는 차량을 미리 배차해주는 이른바 '기다렸다 타다' 서비스도 도입했다. 차량 호출을 하고 있는 고객에게 바로 배차가 되지 않을 경우 '15분 내에 도착 가능한 차량을 호출하겠습니까' 등의 알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플랫폼 기업이 택시의 공급과 수요를 조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 공급 대란의 원인은 결국 기사에 대한 처우 문제에서 출발한다"며 "기사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기사들의 심야 운행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탄력요금제 적용, 소형 화물 배송 등 부가 수익 창출 허용과 같은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