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경복궁 옆 도심 한복판에 자리하고도 110년 넘게 담장에 막혀 들여다 볼 수조차 없었던 송현동 부지가 올 여름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담장 철거를 착수한 송현동 부지를 찾아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부지 전체를 '송현열린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송현동 부지 3만7117㎡는 조선시대에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지만,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선 후 광복 후에는 미군 숙소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로 쓰였다.
1997년 삼성생명이 매입한 이후 2008년 대한항공으로 다시 주인이 바뀌었지만, 별다른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됐다.
서울시는 작년 12월 서울시-대한항공-LH 간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수렴했다. 현재는 대한항공에서 부지 소유권 이전을 위한 기반 조성 공사가 진행중이다.
서울시가 29일 공개한 송현열린공간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가 그동안 접근 자체가 막혔던 만큼 인위적인 시설을 설치하기보다 서울광장처럼 넓은 녹지광장에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할 계획이다.
서울 도심의 녹지율이 3.7%에 불과한 상황에서 서울광장의 약 3배, 연트럴파크와 맞먹는 면적의 녹지가 새롭게 생겨 청와대 개방,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휴식과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녹지광장에는 차량 통행이 많은 율곡로와 감고당길 대신 광화문~북촌~청와대로 이어지는 녹지 보행로를 만들어 걷고 싶은 도심 보행길을 시민에게 제공한다.
그늘막, 벤치 등 도심에 부족한 휴게시설을 곳곳에 배치하고 공연이나 전시 같은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 가운데 약 1/4에는 장기적으로 (가칭)이건희 기증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향후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부지 위치를 확정하고 통합 공간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1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올 송현동 부지가 바로 녹지생태도심을 대표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의 녹지원도 굉장히 잘 다듬어진 녹지 공간인데 이곳 송현동 부지까지 개방되면 광화문 광장 개방과 더불어서 도심이 명실공히 푸르러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송현동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