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안 국회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송곳검증'을 예고하며 각종 논란에 휩싸인 부적격 후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꼼수와 회기 쪼개기 등을 통해 검찰개혁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강행 처리의 명분을 쥐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도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새정부 첫 내각에 손실을 입혀 충격을 주고, 이를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은 이미 상당수 후보자들을 낙마 타깃으로 잡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저희는 심각한 분이 한 여덟 분 된다고 보고 있다"며 무더기 낙마를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지목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 네 명의 상징성도 크다. 한덕수 후보자는 국내 대형로펌인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고액 자문료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공직과 김앤장을 오가며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여지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후보자는 검찰개혁의 상징이 됐다. 그는 아파트 편법증여·세금혜택·위장전입 의혹 등을 받는다. 특히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국민의힘 방향을 재설정하게 하는 등 '소통령'으로까지 불린다.
정호영 후보자와 김인철 후보자는 소위 '아빠찬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호영 후보자의 두 자녀 모두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 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7, 2018학년도에 경북대 의대 편입학 전형에 합격하며 특혜 의혹을 받았다. 아들 논문 의혹과 병역 판정 특혜 의혹 등도 추가됐다. 김인철 후보자는 한국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재임 시기 자신을 비롯해 배우자·딸·아들 등 가족 4명이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논란이 됐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조국 시즌2'를 우려하며 두 사람에게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민주당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낙마 대상을 늘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 후보자는 지역 건설사로부터 고액 정치후원금을 받고, 도지사 당시 본인 집을 '셀프 용도 상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추 후보자는 정치자금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충당하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박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뇌물수수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증이 아니라 법 위반으로 따져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한덕수 후보자 인준을 무기로 다른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를 이끌어낼 것으로 바라봤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반드시 국회 인준을 거쳐야 하는 반면 장관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도 대통령의 임명 강행이 가능하다. 앞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언급한 한동훈 후보자, 정호영 후보자, 김인철 후보자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호영, 김인철 후보자는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인철 후보자에 대해 "너무 자기 개인의 이익만 앞세우고 산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김용태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호영 후보자를 향해 "계속 버티면 윤석열정부에 부담이 된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동훈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힘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인선으로 보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