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소모성자재 유통과 B2B 구매대행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비케이탑스(030790)가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로 인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CB의 주식전환으로 신주 상장과 매도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도 1년래 최저가를 기록하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비케이탑스는 전 거래일 대비 4.47% 하락한 139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최근 1년 사이 종가기준 최저가로 장중에는 6.87% 하락하며 신저가를 새로 기록하기도 했다. 비케이탑스가 장중 신저가를 새로 쓴 것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연속이다.
비케이탑스 1년 주가 추이. (표=한국거래소)
비케이탑스의 주가 하락은 지난해 발행한 CB의 주식전환 청구와 매도물량 출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비케이탑스는 지난해 2월과 4월에 운영자금 목적으로 각각 100억원, 3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 당시 CB의 주식전환가는 각각 1만5839원(100억원), 1만2304원(30억원)으로 주식전환시 발행되는 신주수는 발행주식총수의 6.6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비케이탑스의 주가가 지속하락하면서 CB 전환가액도 크게 낮아졌다. 1만 5,000원대였던 CB의 전환가액은 지난 2일 1778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으며, 1만2000원대의 CB는 2072원으로 낮아졌다.
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이어지면서 발행주식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4월 발행한 30억원 규모의 CB는 지난달 7일 전량 주식전환청구가 이뤄졌는데, 발행 당시 1.86%에 불과했던 주식비중은 9.33%로 5배 이상 늘었다.
주식전환 청구로 발행된 신주는 즉각 시장에 풀렸다. 해당 신주는 지난달 28일 상장했는데, 이달 2일까지 3거래일간 두 차례나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다. 사유는 소수계자 거래집중으로, 기타법인 계좌를 통한 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 기간 기타법인의 비케이탑스 순매도 수량은 48만주에 이른다.
문제는 이 같은 CB 물량출회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케이탑스는 지난달 27일 지난해 2월 발행한 CB 100억원 중 90억원 규모의 CB가 주식전환 청구됐다고 공시했다. 해당 CB의 주식전환 수량은 428만7755주로 발행주식총수(1696만390주)의 25.28%에 이른다. 신주 상장일은 오는 10일이다.
오버행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반복되고 있지만, 신주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외에는 적당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비케이탑스의 지난해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비케이탑스는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전년(34억원) 대비 207.7% 늘어난 10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343억원을 기록했으며, 자본총계는 49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작년 기준 자본금은 75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35.7%다.
자본잠식비율이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 지정요건에 해당한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선 자본금 조달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비케이탑스의 경우 지속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이미 부채비율이 2000%를 넘어선 만큼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외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비케이탑스의 자금조달은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5월 발행을 결정한 300억원 규모의 CB는 9차례 납입일이 변경되면서 아직 납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작년 7월 발행을 결정한 70억원 규모의 CB와 올해 1월 결정한 유상증자의 납입도 지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CB 발행의 납입일정과 납입대상자가 계속 변경될 경우 자본조달이 무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금 조달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어지는 납입일 연기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케이탑스는 아직 지난해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보고서(2021년도) 등 제출지연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으며, 이달 16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