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잼민이'라는 말을 들으면 머리에서 뿔이 나요! 어린이를 나쁘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어린이도 화나요!"
5일 100번째 어린이날을 맞아 시민단체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용어나 말을 인식하고 있고, 거부감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이 비하하는 용어의 의미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어른들이 관련 표현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3월 전국 초등학교 2곳과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등에서 400명의 아이에게 '올해가 처음 열리는 어린이날이라면, 어린이 여러분을 어른들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나요'라고 물었다. 이를 통해 수집한 문장은 약 900개다. 900여개의 답변 중 비슷한 의견은 취합하고 주요 키워드를 분석해 30개의 문장을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날 선언문'으로 정했다.
30개의 문장 중에서는 어린이를 무시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어린이도 이름이 따로 있어요. '야'라고 하지 마세요', '나이가 적다고 어린이라고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어른들도 과거에는 어린이였으니까요', '노키즈존을 만들지 말아요. 어린이가 책임과 질서를 배울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내용들이었다.
어린이날 선언문을 작성하는 아동.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에서도 어린이를 무시하는 신조어를 대다수 아이가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 '요린이'(요리 초보) 같은 용어를 쓰는 어른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1위는 '어린이를 존중해주세요'(25.6%·이하 중복 응답)가 뽑혔다. 이어 '어린이도 똑같은 사람입니다'(23.8%), '어른들도 한때는 어린이였습니다'(23%) 등이 뒤를 이었다.
어린이 비하의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하는 용어로는 '잼민이'(70.2%)가 1위로 꼽혔다. 이어 '급식충'(65.8%), '초딩'(51%) 순이다. 잼민이는 온라인상에서 개념이나 예의가 없는 행동을 하는 어린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용어가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린이 중 유독 철이 없고 막말하는 아이들이 있어 쓰이는 것 같다'는 의견이 35.8%로 가장 많았고, '어린이를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로 보는 표현'이라는 응답이 23%였다. 이번 조사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3월 22∼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조사 결과 아이들은 어른들이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낮춰 보기 때문에 다양한 신조어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며 "우리 사회가 미숙한 사람을 빗대어 표현하는 단어 속에 아이들에게 가하는 언어폭력의 소지는 없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