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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어느 천문학자의 편지
입력 : 2022-05-10 오전 6:00:00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를 꿈꾸던 한 연구원이 정치인들을 향해 펜을 들었다. 그의 숙원과도 같았던 '한국의 나사'가 출범부터 표류하지 않기를 바라는 진심에서다. 벌써 열 통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과학기술비서관을 향해 글을 썼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장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윤석열정부의 일방적인 항공우주청 사천 설립 결정에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주산업이라는 미래 먹거리를 오로지 정치 논리에 따라 지역 안배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청 설립은 대선 레이스가 진행되던 시점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천 설립 공약을 내세웠고, 우주 정책 전담 기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잇따랐다. 특히 우주·천문 관련 연구 거점이 집중돼 있는 대전·충남 지역의 반발이 거셌고 방위사업청 이전 문제 등과도 맞물리며 마치 지역주의 패권다툼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 그룹장의 편지에서 보듯, 우주 산업은 국가의 미래 운명을 결정지을 핵심 경쟁력이다. 지난해 누리호 발사를 전후로 정부는 '우주 10대 강국 도약'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철학과 비전조차 없이, 우주 산업의 트렌드가 어떤지 연구도 없이 로드맵만 세워놨다는 우리의 현실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새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는 사실이다. 문 그룹장의 편지가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 다른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항공우주청의 사천 설립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답정너'의 상황에 그 누구도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항공우주청이 순항하려면 귀부터 열어야 한다. 공청회를 열어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따져야 한다. 한국이 우주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초부터 차근히 다지고 조직의 성격, 입지 등 세부적인 것들을 정해야 한다. 우주 산업에서만큼은 지역 이기주의, 부처 이기주의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 
 
우리가 자력으로 만든 로켓 발사를 보면서 환호하고 있을 때 주변 우주 강국들은 민간인들이 우주 여행을 꿈꾸고 있다. 우주에서 만든 인공 장기로 불치병 환자들을 살릴 날도 그들은 머지 않았다. 우리도 잠재력은 충분하다. 우주의 식량으로 주목받는 식용곤충, 미래의 농법으로 예상되는 컨테이너 농장 등 영역에선 우리 기업들도 역량을 뽐내고 있다. 이들을 모아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할 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몸을 낮추고 귀를 열고 부지런히 행동할 때다. 
 
김진양 중기IT부 기자(jinyangkim@etomato.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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