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한탑(002680)이 주주들의 외면 속에 유상증자 흥행에 참패했다. 한탑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사료 관련주로 유증을 앞두고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라는 호재성 공시를 했지만 한탑의 높은 유증 발행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증 흥행 실패로 한탑의 운영자금 확보에도 곤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탑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에서 26.5%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청약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44억5000만원 수준으로 목표액인 167억7000만원보다 123억원 가량 부족한 액수다. 한탑의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32.67%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경우 회사 관계자를 제외한 일반투자자 대부분이 유증을 외면한 것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탑의 유증 실패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한탑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곡물 가격 급등의 수혜가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는데, 유증 발행가를 최근 주가에 맞추면서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탑의 유증 발행가는 258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현 주가(2500원 종가 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탑 유증을 통해 주식을 받는 것보다 실물 주식을 사는 것이 더 저렴하다는 뜻인데, 한탑의 신주인수권(8R)이 600원대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탑 유증에 참여자는 현물 주식 거래자보다 680원가량의 손해를 본 셈이 된다.
한탑은 최근 1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자구노력이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이번 유증 참패로 자금 곤란을 겪게 될 우려가 커졌다.
한탑은 사료 등의 제조를 위한 곡물 대부분을 수익에 의존하고 있는데, 유증으로 조달할 자금 역시 대부분을 곡물 등 원재료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필요 자금도 더욱 늘었다. 한탑은 최초 유증 공시 당시 원자재 수입 비용으로 71억원가량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금액을 16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문제는 한탑이 유증 실패로 조달하지 못한 자금을 당장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탑은 이번 유증을 주주배정 방식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유증 청약 100%를 구주주에게 의존하는 방식이다. 실권주에 대한 인수인이나 실권주 일반공모가 없어 실권주는 모두 미발행된다. 자본 법 상 상장법인은 유상증자에서 발생한 실권주 발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으며, 대표주관사 등이 실권주에 대한 인수 계약 등을 맺은 경우에 한해 발행을 허용한다. 한탑 유증은 실권주에 대한 인수 계약이 없는 모집주선인 방식이다.
이번 한탑 유증에서 구주주들의 청약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탑은 유증에서 최대주주 등이 지분율 50% 이상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금융감독원도 “한탑이 이번 유증에서 최대주주 등의 유증참여 확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2.68%이다. 최소 수준인 50%만 청약에 참여했더라도 청약률은 16.38%에 달한다. 이는 이번 유증 청약률(26.5%)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한탑은 이번 유증과 관련해 “유상증자 확정발행가격이 올해 3월 초 예상했던 가격에 비해 급등했고, 확정발행가격과 청약일의 시장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다”며 “유증에서 조달하지 못한 금액은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탑의 예전 사명은 영남제분으로 일명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주범 윤길자씨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현재 류원기 전 회장(당시 대표이사)의 장남인 류지훈씨가 한탑의 최대주주(지분율30.92%)로 있으며, 류 전 회장은 한탑 지분 1.13%를 보유하고 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