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주주총회에서 ‘3%룰’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3%룰은 상장사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에서 지배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주식 3%만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법이다. 대주주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한 것인데, 실제 주총 현장에선 3%룰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은 코스닥 기업들에선 주주의 전횡을 막고 회사 경영을 견제하는 감사를 뽑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실효성이 없는 3%룰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총 104건으로 이중 40건(38.5%)가 3% 의결권 제한을 받는 ‘감사(위원) 선임의 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부결사 60개사 중 코스닥 기업이 총 52곳으로 86.7%를 차지했으며, 부결사들의 소액주주 평균 지분율은 72.6%에 달했다.
(표=뉴스토마토)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시가총액 규모가 크고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은 상장기업들은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소액주주가 대다수인 회사에서는 총회 부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종열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홍보팀장은 “최근 소액주주들의 수가 크게 늘었지만 직접 주총장에 참석하는 주주는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액주주들 대부분의 투자의 목적이 지배권과 관련된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배당’과 ‘주가 상승’이라는 경제적 이익이기 때문”이라며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만큼 주총일 의결권을 가진 소액주주는 현재 주주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평균 보유기간은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저조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평균 보유기간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76개월, 1.26개월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8년(유가 6.03개월, 코스닥 2.19개월)보다도 짧아진 수치다. 반면 미국, 홍콩, 일본과 같은 주요국들의 평균 보유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대주주와 회사를 견제할 감사를 아예 뽑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벌 등 대주주 견제라는 목적이 퇴색된 셈이다.
소액주주가 대주주에게 승리하면서 3%룰의 성과로 불리는
에스엠(041510)의 감사 선임 안건 역시 ‘3%룰’이 없어도 사실상 승리할 수 있었던 사례다.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지분율 0.91%)은 이수만 에스엠 최대주주 측(19.17%)을 꺾고 승리를 거뒀는데, 얼라인 측은 당시 발행주수의 약 30%에 해당하는 주주들에게 위임 의결권을 받았다.
대주주가 편법을 통해 3%룰을 무력화한 경우도 있다. 주진우 사조그룹 대주주는 지난해 8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인 2명에게 지분 3%씩 대차거래를 단행했고, 의결권 지분 6%가 늘면서 표대결에서 승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룰은 1963년부터 60년 가까이 유지된 제도로, 현재 기업들의 상황에 맞춰 개정될 필요가 있다”며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주총 참여율이 저조한 만큼, 주요 안건에 대해선 개정이 어느정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주총회.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