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자영업자들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불합리함을 주장하면서 전반적으로 제도를 재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대상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위생 문제와 회수 방법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따른 카페업종 현안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에 따른 카페업종 현안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10여 명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먼저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가맹점주에게만 책임을 강요하는 정책은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특히 일회용 컵 보증금제 대상부터 다시 분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순하게 10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매출 규모와 플라스틱 사용량 등을 따져 책임을 물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민정 이디야 점주는 "탄소중립과 자원에 대한 순환이 이뤄지게 하려면 일회용 컵을 덜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플리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테고리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했다"며 "100개 이상의 점포를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삼았는데 오히려 일회용 컵 사용량이 많은 일반 개인 카페도 많다. 또 배달 음식을 시키면 작은 반찬도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온다. 이런 것들을 다시 분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위한 라벨 구입, 회수 비용, 인건비와 관련해선 저가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손실 부담이 더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미 메가커피 점주는 "1500원, 2000원 짜리 커피를 팔면서 각종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라벨을 붙이고 세척하고 회수하는 인건비는 어디서 마련할지 모르겠다"며 "정책을 만든 이들이 현장에서 한 번씩만 경험해 봐도 이런 정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책을 내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라벨과 회수 비용에 대한 부담을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가 커피의 경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저가 커피와도 경쟁을 하게 되는데 만약 보증금 때문에 저가 커피 가맹점의 커피 가격이 300원 올라가면 이들 수요가 편의점 커피로 이동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위생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컵을 준비해두기 위해 컵에다 미리 라벨을 부착할 경우 손이 닿은 컵 표면이 다른 컵과 쌓이면서 다른 컵의 안쪽 면과 닿게 된다. 회수된 컵 역시 1000개씩 쌓아놓게 되면 위생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자영업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않고 소통 없이 정책을 정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고장수 이사장은 "환경부는 정책 시행 전 프랜차이즈 본사와 소통하고 공청회를 진행했지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과 공청회 한 번 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카페 자영업자가 직접 컵을 회수하는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주민센터나 무인 자판기 등을 통해 컵을 반납하는 시스템을 갖춰 자영업자들이 직접 수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